지난달 개봉해 1천400만명에 가까운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어벤저스4)에 스크린 상한제를 적용했다면 점유율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28일 공개됐다.
어벤저스4가 독식하다시피 한 영화 상영관을 다른 영화에도 적절히 배분해 관객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한 영화의 점유율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했다면 어벤저스4의 점유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됐다.
영진위는 8개 상영관을 갖춘 서울의 한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를 기준으로 ▲ 개봉 첫날 평일(4월 24일) 프라임 타임(오후 1시∼11시) ▲ 개봉 첫날 평일 종일 ▲ 개봉 첫주 주말(4월 27일) 프라임 타임 ▲ 개봉 첫주 주말 종일 등 4가지 경우의 수에 40%의 스크린 상한제를 가상으로 적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상한제 적용 시 개봉 첫날 평일 프라임 타임의 어벤저스4 상영 점유율은 79.2%(24회 중 19회)에서 37.5%(24회 중 9회)로, 개봉 첫날 평일 전체의 점유율은 78.8%(52회 중 41회)에서 38.5%(52회 중 20회)로 각각 크게 떨어졌다.
스크린 상한제를 프라임 타임에 적용했다면 10회, 온종일 적용했다면 21회의 상영 횟수를 각각 다른 영화에 더 배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관객이 집중된 개봉 첫 주 주말에 적용할 경우에도 프라임 타임의 점유율이 80.0%(25회 중 20회)에서 40.0%(25회 중 10회)로, 주말 전체의 점유율이 84.9%(53회 중 45회)에서 39.6%(53회 중 21회)로 각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임 타임에는 10회, 하루 동안에는 24회의 상영 횟수가 여분으로 생기는 셈이다.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독과점은 해마다 악화됐다. 2013년에는 영화 `아이언맨3`가 56.1%로 최고 상영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어벤저스:인피니티워`의 점유율은 77.4%에 달했다.
점유율 40% 이상의 영화도 2013년에는 3편에 불과했던 것이 2017년 13편, 2018년 9편 등으로 늘었다.
이 같은 독과점 문제는 영화 산업의 경쟁을 제한하고 관객의 선택권을 제약할 뿐 아니라 영화 간의 양극화를 고착시켜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스크린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크린 상한제가 충분한 답은 아닐 수 있다"며 "한 편의 영화가 점유한 상영 시간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 자리를 다른 블록버스터가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스크린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제도개선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영화 산업 발전은 여야가 따로 없는 문제인 만큼 논의를 더 미루지 말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대안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