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나 비만도와 상관없이, 빨리 걷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 산하 레스터 생물의학연구센터 과학자들이 영국인 47만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관찰 연구한 것이다.
걸음걸이 속도만 갖고 기대 수명과의 상관관계를 이런 규모로 연구한 건 처음이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
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레스터대 당뇨병 연구센터의 톰 예이츠 교수팀이 주도적으로 수행했고, 연구보고서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 회보(Mayo Clinic Proceeding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케이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지원자 47만4천919명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보행 속도와 기대 수명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유케이 바이오뱅크는 일종의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프로그램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약 50만 명의 유전·신체·건강 기록을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코호트 연구란, 어떤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질병 발생률과 요인 등을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요인 대조 연구(factor-control study)`라고도 한다.
예이츠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빨리 걷는 습관을 지닌 사람의 기대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길다는 걸 확인했다. 저체중이든 병적 비만이든 체중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특히 저체중에 걸음도 느린 그룹의 평균 기대 수명은 남성 64.8세, 여성 72.4세로 가장 낮았다.
비만과 연관성이 높은 허리둘레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다시 말해 허리둘레가 굵고 느리게 걷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빨리 걷는 사람보다 기대 수명이 짧았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예이츠 교수는 "개인의 기대 수명에 관한 한, 체중(관리)보다 신체 단련(physical fitness)이 중요하다는 게 분명해졌다"면서 "체질량지수(BMI)보다 신체 단련 정도가 기대 수명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레스터대 당뇨병센터의 프란체스코 차카르디 박사는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들은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거나 작다는 식으로 체중과 신체 단련의 영향을 비교했다"면서 "기대 수명은 설명하기가 더 쉽고, 체질량지수와 신체 단련의 의미도 더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이츠 교수팀은 작년에도, 걷는 속도가 느린 사람의 심장 질환 사망 위험이 빠르게 걷는 사람의 두 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