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곁을 떠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타깝다고 표현한 것은 현 정부 경제정책 특히 신남방 등 대외경제정책의 앞날이 걱정이 돼서 그렇다.김현철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내 경제를 아는 손에 꼽을 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프레임에 갇히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현 정부 경제인사 중 그나마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혀 끝 관리를 못해 결국 사표를 냈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 CEO 조찬강연회에서 그는 젊은이들에게 “취업안된다고 헬 조선 말하지 말고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 가라”고 했다.
50 60 은퇴자들에게는 “등산이나 다니고 인터넷 댓글만 달지 말고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와 은퇴자에 대한 폄하발언으로 인식되면서 강연 직후 여론과 야권의 뭇매를 맞았다.
대중의 비판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니가 가라 아세안”논란 하루만에 결국 그는 사표를 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자는 사실
폄하발언 보다 잘못된 현실인식을 더 심각하게 봤다. 김 위원장은 젊은이들의 아세안진출 예시로 베트남 등 아세안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베트남을 예로 들면, 현지 유명 대학 한국어과 한국인 교수도 우리 돈으로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 투잡 쓰리잡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사설 학원의 경우 대학 보다 더 받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높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아도 현지 생활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런 자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직 주베트남 한국대사 또는 유명기업 임원, 한국의 대학 교수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국말을 한다고 또는 갓 국문과 졸업한 젊은이가 그냥 가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나름의 자격요건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 가서 하더라도 생계 자체가 어려운 직업이다.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젊은이들도 해외진출을 하려면 영어 또는 그 나라 언어를 어느 정도 알아야하는데 이것 역시 해외연수 경험 또는 다른 교육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대안이다. 해외를 대안으로 조차 생각할 수 없는 다수의 젊은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없는 발언인 것이다. 김 위원장이 든 예는 술자리에서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강연에서는 부적절했고 현실과도 동떨어진 얘기였다.
은퇴자들의 식당 등 자영업 해외진출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본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영어 또는 베트남어 등 언어적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없는 해외진출은 더 큰 실패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것 역시 그냥 막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자발적 조기 은퇴자들 또는 사업 실패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장년층의 공분을 살 수 있는 발언이 된 셈이다. 많은 이들은 해외진출을 하고 싶어도, 사실은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총괄 수장과 청와대의 현실인식이 이렇단 말인가?
강연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김 위원장 발언 취지는 이해하고 공감했다.
다만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행수준 그리고 현실인식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했다.
너무 강한 표현과 부적절한 단어 선택은 사실 기자에게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 세일즈 외교에 대한 지나친 옹호발언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변호는 경제보좌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으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외경제정책 수장과 청와대의 잘못된 현실인식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서 김 위원장은 젊은이와 은퇴자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정부가 어떤 언어 및 실무 교육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어떻게 활용하면 해외에 나가 성공할 수 있는지 안내를 했다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젊은이들은 물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기청에서 부로 승격돼 탄생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홍종학 장관은 뭐 하고 있는 건가? 차라리 중기청 때가 더 낫다” A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중기청 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빠르게 움직였는데 지금은 부처로 승격된 이후 각 자 움직이고 있어 기업에는 과거보다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해외진출 및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들은 도대체 어디에 사용되는 것인가? 정부 부처 자리 늘리기만 하고 예산 낭비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해외사업하고 있는 B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신남방 및 신북방 등 대외경제정책은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 자리 늘리기 그리고 예산 확대로만 귀결되고 제대로 시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진출 실무 교육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이것부터 청와대는 진단하고 챙겨야 한다. 왜 실업 및 실무교육 예산을 늘려 사용하는데 청년실업은 늘어나고 있는지, 차제에 잘 따져봐야 한다.
지금같이 이름만 있고 존재감도 결과물도 없는 정부 부처와 지원정책들은 아무 필요가 없다.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잘 집행되고 있는지, 정책들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홍보만 있고 효과가 없는 일자리 지원 정책들은 취준생과 은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 현장은 더욱 그렇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왜 ‘신남방 홍보 강연’이 의도와 다르게 논란과 사표로 귀결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책상에 앉아 이러쿵 저러쿵 말만 하다가는 국민의 공분만 살 것이다.
이러다가는 한 관료의 사표를 넘어 이 정부의 전체 경제정책이 실패로 귀결될까 두렵다.
‘신남방정책’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대외경제정책으로, 꺼져가는 우리의 성장 잠재력에 그나마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는 바른 정책 방향이다. 이번 논란으로 우리의 야심찬 해외진출 정책이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석구석 조목조목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 부합한 정책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부디 현실인식을 정확히 하고 맞춤형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제보좌관 그리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와서, 우리 젊은이들과 은퇴자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정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그냥 가라고 하지 말고 갈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만들어라”"그리고 자세히 안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