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한국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사상 최고점을 바라보던 지수는 미중 무역갈등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초대형IB를 바라보던 증권사들은 갖은 사고를 일으키며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잃었습니다.
방서후 기자가 한국 증시의 지나온 1년을 짚어봅니다.
<기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OECD 가입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아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 1997년 당시 상황을 빗댄 말이지만,
영원히 우상향할 줄로만 알았던 지수가 내리 거짓말처럼 곤두박질 친 올해 한국 증시와 비유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올해 초 2,600포인트를 경신하며 3천 포인트를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는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외국인의 '팔자' 공세를 고스란히 받으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급기야 지난 10월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2천선 마저 무너졌습니다.
국내 증시를 이끈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곧 끝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부진이 도드라지면서 올 한 해에만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93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거듭났지만, 오히려 외국인의 매도 물량 출회를 부추기며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형님 코스피가 대외 변수에 흔들렸다면 아우 코스닥은 정책과 엇박자를 탄 규제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수렁에 빠졌습니다.
제약·바이오주가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 특성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및 연구 개발비 테마 감리 이슈가 불확실성을 키우며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간 겁니다.
실제로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지난 1월 92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 지수는 9개월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며 629포인트로 바닥을 쳤습니다.
이 가운데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회계부정 이슈에 휘말리며 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빠졌습니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주식형 펀드 역시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손실을 면치 못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897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8.16%, 해외 주식형 펀드 744개의 수익률은 -11.91%로, 더 이상 안전자산을 거론하는 게 무의미해졌습니다.
증권업계 내부적으로도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지난 4월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는 이른바 '유령주식'이 증권사 시스템을 통해 거래된 초유의 사건으로,
불법이라던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국내 증권 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물론, 삼성증권이 초대형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하나금융투자는 세계 최대 선물옵션 거래소인 CME로부터 불법 대여계좌로 인한 시장 질서 교란행위와 이에 따른 조사까지 방해했다는 혐의로 거래 정지에 이어 과태료 제재까지 받았습니다.
반면 주주 행동주의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급부상한 것은 갖은 악재 속 그나마 긍정적인 이슈로 꼽힙니다.
주주 행동주의는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뒤 기업에 자산매각이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그동안 외국계 헤지펀드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무기로 한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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