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1교시 국어영역을 얼마나 수월하게 풀었는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직교사와 입시업체들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영역은 어려웠고 수학은 평이했다`였다. 국어는 지문이 길고 고난도 문제가 연속돼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수학은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주·객관식 뒷번호 문항들의 난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시험 자체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상위권 학생이 중하위권과 `격차`를 벌리는 과목으로 수학을 많이 꼽는다. 올해는 평이하다는 평가대로 많은 수험생이 고루 수학영역을 잘 본다면 결국 승부처는 국어영역이 될 전망이다. 다른 주요과목인 영어영역은 평가방식이 절대평가라 국어나 수학만큼 변별력이 있지는 않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은 과학탐구 못지않게 국어영역 성적을 많이 반영한다"면서 "원래 대입에서 국어영역의 비중이 높은 인문계열 수험생뿐 아니라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도 국어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수학영역 만점자가 작년보다 더 나올 것"이라면서 "(수학이 쉬웠기 때문에) 자연계 상위권들의 점수가 비슷할 수밖에 없고 이때 국어성적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학영역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쉬웠다"면서 "수학이 실제 쉬워 중위권 학생들이 성적을 잘 받는다면 이들에게 상향지원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이사는 "이 경우 오히려 중위권 학생들이 입시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국어, 작년 이상 어려워…"독서영역이 등급 갈라"
국어영역은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어려웠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어영역은 수준별 시험에서 통합형 시험으로 바뀐 2017학년도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2017학년도와 작년 수능 국어영역은 각각 만점자가 응시자의 0.23%와 0.61%에 그쳤다. 최고 표준점수는 139점과 134점으로 예년을 웃돌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올해 6월 모의평가 국어영역도 만점자 비율 0.25%와 최고 표준점수 140점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9월 모평 국어영역은 만점자 비율과 최고 표준점수가 각각 1.51%와 129점으로 비교적 쉬웠다. 수능 전 마지막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인 9월 모평 때 국어영역이 쉬워 다소 마음을 놓았던 수험생은 수능 때 당혹했을 수 있다.
올해 국어영역은 문제지에 여백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지문이 길고 EBS 교재에 없는 낯선 작품도 나와 평소 자신감 있었던 수험생도 어렵다고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지문의 오기도 수험생들을 신경 쓰이게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 탓에 첫 교시 국어영역 문제풀이가 수월하지 않았던 수험생은 이후 시험도 위축된 상태에서 치렀을 가능성이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국어영역 1등급 기준점수는 작년 수능(94점)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문 길이가 길고 까다로웠던 독서영역 성적이 등급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수학, `평이했다` 평가 지배적…"킬러문항 개념 모르면 어려워"
수학영역 시험 직후 진행된 한국대학교육협회 대입상담교사단 브리핑에서 교사들은 "작년 수능과 유사했다"는 평가를 반복했다. 대부분 입시업체 평가도 "평이했다"고 평가했다.
인문계열 수험생이 많이 치르는 수학 나형을 분석한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평과 난도가 비슷했다"면서 "신유형 문제라고 할 것도 솔직히 없었다"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중간 난도의 문항은 어렵게 출제됐지만, 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은 전년보다 쉬웠다"면서 "전체적인 난도도 작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입시업체들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도 작년과 비슷했다고 했다.
이투스 김병진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에 고난도로 분류되는 미분과 적분문제가 21번과 30번으로 나왔으며 작년 수능이나 올해 9월 모평 때 (유사한 문제와) 비교했을 땐 쉬웠다"면서 "체감 난도가 전반적으로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킬러문항들이 문항이 요구하는 개념을 몰랐을 땐 풀기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21번과 29번, 30번이 고난도 문항이었다"면서 "21번의 경우 주어진 식이 부정조건을 나타내는 식이라는 것을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사는 "해당 문제는 두 가지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로 학생들이 풀기 곤란했을 수 있다"면서 "29번도 기본 벡터문제와 달리 식을 잘 정리한 후에도 어떤 도형을 나타내는지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30번은 굉장히 어려웠는데 규칙성을 찾은 다음 주어진 삼각함수 조건을 가지고 그래프의 개형을 잘 유추해야 풀이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너무 쉽거나 어려운 문제` 없었던 영어…"9월과 비슷"
이른바 `국·영·수 주요과목` 중 유일하게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너무 어려운 문제도 너무 쉬운 문제도 없었다`고 분석됐다.
숭덕여고 유성호 교사는 "전반적으로 9월 모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서 "등급 간 변별력은 작년 수능보다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영역은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9월 모평과 지난해 수능 1등급 수험생 비율은 각각 7.9%와 10.0%였다.
그는 "1등급 비율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9월 모평과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너무 쉽거나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면서 "1등급이나 2등급에 수험생이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작년 수능보다는 조금 어려워 9월 모평과 비슷했다"면서 "1등급 수험생 비율이 4.2%였던 6월 모평에 견줘서는 매우 쉬웠다"고 평했다.
종로학원은 "EBS 연계 지문은 주로 쉬운 것이었고 배점이 높은 문항에서는 연계가 적었다"면서 "중위권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