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여파가 아시아 수출국들에 실질적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한국, 대만, 태국, 일본, 호주 등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주변국들의 사례를 들어 우려를 소개했다.
FT는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자국과 역내에 타격을 주면서 (타격의) 전염은 현실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수요가 줄면서 호주의 철광석부터 한국의 자동차, 태국의 해변 관광까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이익이 추락하자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이 부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수출이 2년여 만의 최대인 8% 떨어지자 외부 리스크가 증가해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는 복사기와 사진기를 제조하는 업체인 캐논이 미중 무역전쟁의 파급효과를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다나카 도시조 캐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역전쟁이 얼마나 계속될지가 우리의 우려"라며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다른 지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촉매가 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에 대한 첨단 전자제품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까닭에 역내 무역량 감소와 중국의 소비위축이 큰 위험이다.
ING 그레이터 차이나의 이코노미스트인 아이리스 팡은 "제조업 성장둔화 때문에 임금과 고용안정이 실질적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팡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신속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없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세계은행(WB)이 이달 초 발표한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업데이트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들의 GDP 총합계는 2년 뒤 0.5% 줄어든다.
WB는 중국의 경제성장 충격으로 몽골, 미얀마, 라오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는 요동치는 중국 경제에 심각하게 노출돼 함께 출렁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국은 올해 9월 중국 관광객들의 수가 15% 줄어들어 정부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태국에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다.
WB의 태국 담당 선임 연구원인 키아티퐁 아리야프루츠야는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태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며 "관광은 등락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사태를 설명했다.
중국과 가장 밀접한 교역을 하는 선진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에서도 걱정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호주는 작년에 1천억 호주달러(약 80조8천억원) 규모의 전체 수출상품 가운데 3분의 1이 조금 넘는 분량을 중국에 팔았다. 주력 상품은 세계 최저가를 자랑하는 철광석과 석탄이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2%인 호주가 경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명확한 신호는 아직 없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한다면 타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사울 엘레이크 연구원은 "수출의 상당한 분량을 중국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대만에 파는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국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호주는 중국 경제성장의 실질적 둔화에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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