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가 늘고 있다"며 반도체 주식에 대한 투자를 경고한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3%대 급락했습니다. 이 보고서 한장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9.6조, SK하이닉스는 2.1조원 증발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20% 떨어진 4만5천400원에, SK하이닉스는 3.72% 하락한 7만5천1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두 종목의 동반 급락은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현지시간 9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업 투자전망을 `중립`에서 `주의`로 내렸습니다. `주의`는 모건스탠리가 제시하는 투자전망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로, 향후 12~18개월 동안 해당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입니다. 조지프 무어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경기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면서 "리드타임(주문에서 출하까지 소요 시간)의 단축이나 수요 둔화는 상당한 재고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고점 논란을 최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에는 "D램 호황이 내년을 기점으로 꺼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의 방아쇠를 당겼던 모건스탠리가 일주일도 안돼 또 반도체 고점을 경고한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하락을 경고해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린 바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의견은 엇갈리기는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내년 D램 수요 둔화와 낸드 가격하락 우려가 있어도 과거와 달리 변동성이 줄면서 연착륙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들의 내년 D램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줄어드는 가운데 점유율 확대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둔 전략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낸드는 가격하락에 따른 높은 수요 탄력성으로 출하량이 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반박하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며 모건스탠리의 고점 논란을 일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