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진세연. 그는 지난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진세연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대군’이 진세연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진세연은 드라마 종영 후에도 빡빡한 스케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친 기색 없이 청순 미소로 인터뷰를 즐기는 모습은 역시 프로였다.
“마지막까지 좋은 반응으로 끝나서 좋았어요.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시원섭섭해요. 처음 예상한 시청률보다 잘 나와서 좋아요. 시청률 공약을 지킨 게 처음이었어요. 프리허그를 할 때 할머니들도 몇 분 오셔서 ‘우리 자현이’라고 예뻐해 주셨어요.”
진세연은 2개월간 자현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나보내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대군’은 한 여인을 둘러싼 조선의 두 왕자의 핏빛 로맨스이다. 진세연은 극중 조선의 두 왕자 이휘(윤시윤)와 이강(주상욱)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자현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촬영하면서 대본이 기다려지는 작품은 ‘대군’이 처음이었어요. 자현이는 ‘옥중화’ 때 맡은 옥녀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 매력을 느꼈어요. 자현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죠.”
진세연은 초반 온실 속 화초처럼 발랄하고 밝은 자현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인 휘를 지키기 위해 능동적이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현까지 다양한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자현을 연기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으리라. 버거울 수 있었던 작품이지만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이끌었기에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자현이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할 말 다 하는 당당한 여자라서 그 모습을 신경 쓰며 표현했어요. 그래서 배우들끼리 맞춰보는 것도 많았고, 동선이 없는 것도 만들어서 했어요. 자현이를 연기할 때 감독님과 의견 충돌이 생긴 적은 없어요. 사극보다는 현대극에서 볼 수 있는 로맨스를 연기하라고 주문하셨어요.”
진세연은 ‘대군’을 통해 윤시윤과 애절한 로맨스를 보여주며 ‘맴찢 휘현 커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윤)시윤 오빠는 현장에 단 한 번도 늦게 온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해요. 작은 신이라도 열심히 했고, 나를 배우로서 존중해준 사람이에요. 본인 연기보다 내 연기를 보고 맞춰서 연기해줘서 고마웠어요.”
진세연은 자현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정반대라고 털어놨다. 당찬 자현 캐릭터는 진세연에게 새로운 모습을 꺼내 보일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밝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닮았어요. 다른 점은 나와 달리 자현이는 하고 싶은 건 해낸다는 겨죠. 저는 약간 소심해서 속으로 생각만 하고 살아요. 의견 충돌이 생기면 피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자현이가 부러웠어요.”
전작인 MBC 드라마 ‘옥중화’부터 ‘대군’까지 사극 장르를 완벽 소화하는 ‘사극 퀸’으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 20대 여배우 기근 속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촉촉한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옥중화’ 최고 시청률 22.6% 이어 ‘대군’의 마지막 방송분이 자체 최고 시청률 5.6%를 기록하며 연기와 더불어 화제성까지 모두 잡은 역대급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사실 ‘옥중화’ 때도 시청률은 잘 나왔는데, 기대치가 높았어요. ‘대군’은 기대치 보다 잘 나왔고요. 첫 화부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밝은 거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도 많았고, ‘진세연, 이런 분위기의 캐릭터를 할 수 있는지 몰랐다’는 말도 있었어요. 캐릭터적인 칭찬 댓글을 받았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사극 퀸’이란 타이틀이 좋기는 한데, 아직 못 해본 역할이 많아요. 우선 중전 역할을 해본 다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진세연의 브라운관 행보는 쉼 없이 이어졌다. 지난 2011년 SBS ‘괜찮아, 아빠딸’을 시작으로 ‘내 딸 꽃님이’, ‘각시탈’, ‘다섯 손가락’, ‘감격시대’, ‘닥터 이방인’, ‘옥중화’, ‘대군’까지 진세연의 연기는 쉼표 없이 계속됐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꿈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접했어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고, 책임감도 느껴요. 이제는 현장에서 좀 더 즐기면서 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옥중화’ 때보다는 ‘대군’이 더 그랬어요. ‘잘하자’라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대군’ 때 그 모토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어요.”
대중의 시선에 비쳐진 진세연은 가녀리고 단아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 진세연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현장에 있는 배우들한테 자극을 많이 받아요. ‘대군’에서도 잘하는 배우들이 워낙 많으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현장만큼 큰 도움이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대중이 호평을 하면 감사하고, 질책을 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연기는 답이 없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력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진세연은 휴식기를 가진 후 작품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우선 밀린 영화들도 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영어나 일어도 공부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어요. 배우는 항상 무대 위에 있어야 해요. 역할에 상관없이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