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게도 11년이 지난 올해 삼성은 회계법인을 통해 DCF,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평가한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놓고 또 적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바이오사업에서다.
핵심은 2016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둘러싼 분식회계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비상장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이에따라 기업가치를 장부가액(3천300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천억원)으로 갑자기 변경해 흑자 전환했는데 금융감독원이 이 과정을 분식회계라고 잠정 결론냈다.
자회사의 신분을 바꿀 이유도, 적자회사인 자회사의 시장 가치를 장부가의 15배로 부풀릴 근거도 없다며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법인과 협의를 통해 결정했고,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사건의 재판 때도 핵심 쟁점은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주식의 가치평가가 적정했느냐 여부였다.
삼성측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에버랜드의 적정 주가를 평가한 결과 주당 7천700원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에버랜드 1주당 가격이 최소한 8만5천원 이상이라고 맞섰고, 재판부는 결국 에버랜드의 주식 가치를 주당 1만4천825원으로 검찰보다는 낮았지만 삼성 주장보다는 두 배 높게 평가했다.
삼성이 쓴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쓰이는 방식이지만, 이렇게 종종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정한 조건들을 설정해 놓고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을 추정하는데, 조건 설정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11년 전과는 정반대 입장에 놓인 삼성의 상황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재판때는 회사 가치를 시장의 예측치보다 낮게 평가한 것이 적정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높게 평가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 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삼성이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평가 가치를 산정했는지 예단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한복판에 선 비상장사의 가치평가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DCF,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이 있다.
11년 전 삼성은 자회사의 가치평가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에도 결국 대법원에 파기환송심까지 가면서 무죄를 받으며 사실상 승리했는데, 이번 승패는 어떻게 될 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감리위원회를 열어 첫 심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