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와 학교 측이 자체 조사 끝에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타 학과 학생의 피해 제보를 받겠다"며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성신여대 사학과 학생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성신여대와 학생대책위에 따르면 이 학교 졸업생 A씨는 "1년여 전에 B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학교 측에 제보했다.
학교 성윤리위원회는 자체 조사한 결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B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이달 3일 서울북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 지휘를 받은 성북경찰서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학교에는 해당 교수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추가 제보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날 회견에서 피해자 A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입장문에서 "지난 1년 동안 하루하루 두려움과 괴로움 속에서 살았고, 신고하기까지 많은 날을 울고 몸부림치며 고민했다"면서 "사람들이 믿어줄까,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면 어떡할까 하며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해 교수는 내게 `학생들이 여자로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이 스승이라고 존경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봐 마음 편한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가해 교수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런 일을 다시는 저지르지 못하도록 파면되는 것, 법적으로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을 바란다"면서 "함께 해주신 분들께서 제게 힘과 용기가 돼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선례로 삼아 성신여대와 한국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성신여대생 70여명은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라며 노래 `유리구슬`을 불렀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후 `내가 말한다, 너는 들어라`, `우리는 여기 있다, 너를 위해 여기 있다` 등 구호를 외치며 성북경찰서 앞으로 행진했다.
성신여대에서는 앞서 서비스·디자인공학과의 한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했다는 `미투` 폭로도 나왔다. 이 사건의 경우 학교 측 자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성신여대생들은 미투 폭로가 나온 교수들 연구실 출입문과 학교 건물 로비·게시판 등에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 수백 장을 붙이며 항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