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부실기업에 정부 지원금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해당 기업이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혈세가 투입된 사업은 위기에 처했고, 남은 사업비도 떼이게 생겼습니다.
보도에 조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한해 평균 100억 원 규모의 국비로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을 수행하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입니다.
2016년 이 기관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우정사업본부, 이랩코리아 컨소시엄이 제시한 드론 배송 사업을 지원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투입액은 정부 예산 등 총 10억원.
당시 사업자 모집 공고문입니다.
최근 년도 결산감사 의견이 "의견거절" 또는 "부적정"인 부실기업은 지원불가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TV 취재결과,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랩코리아는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자격 미달 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적격 업체가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로봇산업진흥원이 최근 재무제표 대신 과거 재무제표를 심사 자료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서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감사역/수석
"3월이라고 하면 보통 기업들이 회계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이제 회계감사 결과가 나온 기준으로 해서 최근 2년동안 회계감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게끔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해명입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이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것은 2016년 3월 25일입니다.
12월 결산법인들은 법인세 신고 마감일인 3월 31일 이전에 결산을 완료하기 때문에, 접수를 일주일만 늦췄어도 최근 재무자료를 심사할 수 있었지만 관행대로 일처리를 하다 사고가 터진 것입니다.
실제 해당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서류심사 기간인 3월 30일에 나왔습니다.
다른 기관들은 이럴 경우, 최근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심사를 미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녹취> 중소기업 지원기관 담당자
"최근 연도 재무제표를 반영해서 심사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월이면 대부분 그 전년도 결산을 완료한 자료를 갖고 상담을 하거든요."
심사 과정에서도 부실기업에 혈세가 지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놓쳤습니다.
최종사업자 선정일(4월28일)보다 2주일 앞선 시점(4월14일)에, 해당 기업이 감사의견 거절 사실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겁니다.
감사의견 거절은 중대한 계약 변경 사유입니다.
확인을 안했다면 부실 검증 논란을, 확인하고도 눈감아 줬다면 유착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대해 로봇산업진흥원은 컨소시엄을 주관한 ETRI가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아무런 보고가 없어 몰랐다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그러면서 ETRI와 이랩코리아가 짜고 부실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서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감사역/수석
"ETRI는 정말 몰랐을까요? 그쪽 분야의 연구를 드론 기업들과 많이 했을텐데..."
결국 해당 기업은 법정관리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로 인해 2020년까지 지속해야 할 드론 택배의 사업성 평가에는 차질이 생겼고, 국고로 환수해야 할 잔여사업비 4천만원도 떼이게 생겼습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은 다른 기업으로 대체해 남은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잔여사업비 환수를 위해 컨소시엄 주관사인 ETRI와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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