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성범죄를 전수조사하는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현직 부장검사를 성범죄 혐의로 12일 긴급체포했다. 조사단 출범 후 강제 신병 확보는 이번이 첫 사례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포함해 조직 내 성범죄 실태 규명에 나선 조사단이 출범 12일 만에 안 전 검사장 외에 또 다른 검찰 간부의 성범죄 혐의를 포착하면서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날 "조사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확인된 현직 부장검사를 소속 검찰청 사무실에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해당 검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로 알려졌다.
조사단 팀장인 박현주 부장검사와 검찰 계장 2명이 이날 오후 고양지청에서 해당 부장검사를 직접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부터 조사단 공식 이메일로 검찰 내 성폭력 피해사례 접수를 시작한 조사단은 해당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이메일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부장검사에 대한 처벌 의사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자 신분이나 구체적 피해 사실에 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이 현직 부장검사를 긴급체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안으로 여겨진다.
이는 부장검사가 단순한 성폭력이 아니라 강제추행 등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고,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지 않은 시점에 피해자가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단은 김 부장검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혐의사실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이 이날 검찰 내부 인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조직 내 성범죄 사건 수사를 확대하고 나서자 일선 검찰청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조사단이 8일 이메일로 조직 내 성범죄 피해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한 지 불과 나흘 만에 현직 부장검사가 체포됐다는 점에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오후부터 긴급체포 사실이 검찰 내에 퍼지면서 내부가 많이 술렁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다른 검사도 "조직 전반적으로 상당히 긴장감을 느끼면서 이번 조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