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위기는 미들맨의 탐욕에서 시작된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다행입니다. 미국 시장이 크게 반등하면서 우리 시장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어제 말씀드림대로 미국 시장 역시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습니다. 장중 저점과 고점은 무려 5%를 넘는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저점에 판 사람은 어제가 더 그제보다 더 가혹한 날이었고 거꾸로 저점 매수에 나섰던 사람은 최고의 하루였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극심한 변동성에서 과연 현명하게 대응한 투자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도 그나마 잘했다고 하는 투자자가 저점에서 팔지 않고 버틴 투자자일 겁니다.
지난 이틀간 미국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의 원인은 사실은 급등한 금리도 아니고 연준의 긴축도 아니며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사실도 아니었습니다. 월요일 장에서 폐장을 앞두고 단 15분 만에 900포인트가 빠진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ETF로 대표되는 기계에 의한 매도였습니다. 2010년 5월에 9%이상 지수를 추락시켰던 이른바 플래쉬 크래시의 축약판이었습니다.
작년 말 기준 미국시장에 ETF가 3조 4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 돈으로 3700조원이 넘습니다. 금융위기에서 미국을 살리려고 연준이 찍어낸 달러에 육박하는 돈이 바로 ETF에 투자되고 있는 겁니다. 작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1조3000억 달러의 ETF가 늘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동안 10조원 이상 늘었습니다.
이 ETF, 상장지수 펀드 말입니다. 사실 정보가 딸리고 매매 기술도 모자라는 개인투자자들을 에겐 정말 좋은 상품입니다. 간접투자 상품이지만 수수료도 저렴하고 원하는 지수에 거의 정확하게 추종하는 것도 좋습니다. 펀드 가입과 환매를 위해 일일이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지 않아도 되고 매매도 자유롭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항상 그렇듯이 여기서 멈추질 않죠? 금융회사들은 너도 나도 돈이 된다는 이 시장에 뛰어들고 각종 기술을 넣은 상품을 만들죠? 실질적인 공매도 효과가 있는 리버스에 몇 배씩 판돈을 키우는 레버리지 ETF에 지수, 섹터, 원자재, 채권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증권사도 해보자고 ETN이 나왔죠?
운용의 영역과 형태는 다양해지는 건 규제가 느슨해진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앞에 복잡한 설명이 붙는 상품이 많이 나오면 저는 일단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고 늘 주장합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몇 해전부터 얼마나 많은 복잡한 상품들이 등장했습니까? 이른바 구조화 신용상품들인 CL0, CDO가 나오더니 그 앞에 이해할 수도 없는 각종 조건을 붙여서 투자자들을 현혹했죠? 많은 국내 금융사들이 이들 상품에 투자했다가 많게는 수 조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진정으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은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상품이라도 긴 설명이 필요한 것은 대부분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걸 만들어 유통 시키는 금융사 이른바 미들맨들을 위한 상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금융상품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투자도 해 보니 그렇습니다.
물론 ETF, ETN이 예전의 CLO나 CDO와 같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금융은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데 기계가 사람 펀드메니저를 대체할 수 밖에 없는 이 상품이 너무 커지면 시장은 뜻하지 않은 시스템 리스크에 시달리고 자칫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 공포지수 빅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버스 ETF가 단 하루 만에 92%나 하락하기도 했죠? 이렇게 되면 ETN자체가 청산될 수가 있는 겁니다.
금융은 기술과 공학과는 다른 것입니다. 기술과 공학은 무한대로 발전시켜서 인류를 위해 활용해야 하지만 금융은 기술의 발전을 바로 접목시키면 뜻하지 않은 재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의도된 지연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지난 월요일의 급격한 변동성을 보면서 다시 금융위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금융의 위기는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이 이걸 만드는 사람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전이되고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탐욕이 더해질 때 발생합니다.
금융도 혁신을 해야 합니다만 그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리스크를 기계에 맞기면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저 해프닝으로 보지 말고 우리도 한번쯤 점검해봐야 합니다. 어쨌든 시장이 안정이 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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