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2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천 화재 때)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같은 말을 하기에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밀양시청 상황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사고는 많은 유형으로 생긴다"며 "뼈아픈 경험으로 삼아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른 시간부터 충격적인 일을 접한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무슨 말씀을 드린다 한들 가족 여러분께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충격과 아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가족에게만 (수습을) 맡기지 않고 여러분의 뜻에 따라 충실히 돕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우왕좌왕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하면 안 된다. 항상 준비된 말을 일관되게 하기 바란다"며 "행정안전부 장관과 여러 기관이 관심을 가지고 (사고 수습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또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이런 피해가 났는지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큼 소상하고 투명하게 설명하기 바라며 그에 따른 책임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4분부터 밀양시청 상황실에서 화상통화로 소방청과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연결해 화상회의를 열고 사고 현황과 수습 진행 상황, 사후대책 등을 보고받았다.
화상회의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 박일호 밀양시장 등이 배석했다.
이 총리는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소상히 통보했는지`, `사상자 중 무연고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부상자의 치료 상태를 확인하라. 사망자는 더 늘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
그는 "장례절차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 달라"면서 "이런 문제는 가족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분의 충격을 세심하게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순식간에 불이 났다는 것"이라며 "소방청과 재난안전본부, 청와대가 앞으로도 긴장된 자세로 매 단계를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화상회의를 마친 이 총리는 화재현장인 세종병원으로 이동해 경남소방본부 소방지휘차에 올라 지휘상황을 확인하고, 병원 내 인화성 물질이 있었는지, 화재 원인 조사는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소방 관계자는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며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부상자들이 수용된 병원에 도착해서는 부상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이 총리는 응급실로 들어가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는 환자들을 돌아보며 건강상태가 괜찮은지 묻고, 의료진에게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6층 병실을 방문해 이모 할머니에게 "얼마나 놀라셨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한다"는 말을 건네며 위로했고, 옆 병상의 손모 할머니에게도 "어서 회복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면회사절` 표시가 붙은 병실 앞에서 "절대 무리하지 마라. 환자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모양내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4∼5차례 반복했다.
이 총리는 의료진들에게는 "의료장비·시설 중 부족한 것이 없는가. 환자들을 잘 살펴 달라"면서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계획을 세워서 정신적 충격도 잘 치료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사망자 빈소는 방문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사망한 분의 경우 가족이 미처 오지 못했거나 경황이 없을 것이고, 사망의 경우 검사의 법적 절차도 있다. 그래서 오늘 뵙지는 못한다"면서 "병원에 온 것도 의료진께 부상자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리러 온 것이다. 그것마저도 바쁜 분들을 번거롭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