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결승에 먼저 오른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가 정현과 페더러 중 결승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칠리치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11일째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를 3-0(6-2 7-6<7-4> 6-2)으로 꺾었다.
지난해 윔블던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한 칠리치는 28일 결승전에서 정현(58위·한국체대)-로저 페더러(2위·스위스)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칠리치에게 `결승에서 누구와 만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질문이 짓궂었다.
"`다음 경기에서 누구를 상대하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답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 같다"며 페더러와 정현 가운데 한쪽을 택해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페더러와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한 정현 가운데 한 명을 택하는 것은 너무도 답이 뻔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칠리치는 "내가 결승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와 만나고 싶다"고 답을 피했다.
기자들이 "그러지 말고, 당신의 형에게 얘기하듯이 솔직히 답해달라"고 채근했지만, 칠리치는 "형에게도 똑같이 답했다"며 말을 아꼈다.
칠리치는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특히 강한 선수"라며 "8강, 4강, 결승으로 갈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0-3(3-6 1-6 4-6)으로 완패한 칠리치는 "페더러를 상대하는 것은 언제나 커다란 도전"이라고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현에 대해 "몇 번 상대해봤지만 최근 6∼12개월 사이에 그는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고 경계했다.
칠리치는 정현과 상대 전적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칠리치는 "정현이 많이 성숙했고 최근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수비력이 뛰어나고 양쪽 측면에서 엄청난 샷도 곧잘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칠리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고, 기자들이 다시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고 계속 정현이라는 답을 유도하는데도 재차 "나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현과 페더러의 4강 경기는 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