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1심 선고 기일이 2주 이상 늦춰졌다.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많아 검토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재판부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사건이 크고 검토할 사항이 많은 데다 최씨와 함께 재판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 진행 상황, 동일한 사건 실체로 다툼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결과를 참고하기 위한 포석 아니겠느냐는 풀이가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다음 달 13일 오후 2시 10분으로 연기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달 26일 최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심 선고도 이날 함께 내릴 예정이었다.
선고 기일을 연기한 배경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쟁점이 많고 기록이 방대해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고, 신중히 결론을 내기 위해 선고 기일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작년 12월 14일 결심 공판 때도 사건 기록이 방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까지 병행하는 사정 등을 고려해 결심 기일로부터 6주 뒤인 이달 말로 선고 기일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애초 예정한 선고 기일까지 3주나 남은 시점에 기일을 갑자기 연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치열한 공방을 벌여 온 이재용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2심 결과를 참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 부회장의 2심 선고는 내달 5일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은 최씨의 공소사실과 `동전의 앞 뒷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는 최씨의 유무죄를 가늠할 척도가 된다.
이에 따라 최씨 재판부에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까지 지켜본 뒤 최씨에 대한 최종 정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같은 실체이지만 서로 다른 피고인의 형사 재판 결과가 각기 달리 나올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뇌물을 준 쪽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을 뇌물을 받은 사람의 재판에서 인정한다거나 하는 `엇박자`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직접 뇌물` 성격을 추가했다.
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 단독 면담한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했고,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했던 삼성의 승마지원금에는 제3자 뇌물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최씨 재판부로선 상급심인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변경·추가된 공소사실의 판단까지 참고할 수 있어 쟁점 정리가 한결 수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최씨와 공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심리를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아직 신문할 증인이 남았지만, 재판부가 2월 정기 인사 전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 측에서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최씨를 두고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과 끝"이라며 그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벌금 1천185억원과 추징금 77억9천735만원 등 총 1천263억원을 선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