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항공기를 감시하는 우리 군의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이 중단됐다.
방위사업청은 2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0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직후 브리핑에서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개발사업에 관해 "이번 방위사업추진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체계개발사업을 중단하고 전력화 시기 등을 고려해 소요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신속히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사업 중단 이유에 관해 "시험평가 결과 중복 결함 발생 및 개발업체의 계약 위반 행위가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는 공군이 산 정상 등 고지대에서 운용하는 방공 레이더로, 북한 상공의 항공기 등의 궤적을 탐지·추적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노후한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를 교체할 레이더의 국내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군은 이를 수행할 국내 업체를 선정하고 2011년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업체가 개발한 레이더는 2014년 운용시험평가에서 일부 항목 기준치에 미달해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감사원은 작년 11월 감사에서 시험평가 조작 의혹 등 문제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는 지난 9월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고 이번 방위사업추진위 의결로 사업을 최종적으로 중단하게 됐다. 방사청은 선행연구부터 다시 시작해 국내 기술로 개발할지 외국산을 도입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방사청은 이날 중적외선 섬광탄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현재 추진 중인 체계개발사업을 중단하고 획득 방안을 재검토해 고속기용 및 저속기용 사업으로 분리해 재추진하기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중적외선 섬광탄은 북한의 신형 적외선 유도미사일을 교란해 우리 군 항공기를 보호하는 무기체계로, 군이 2010년부터 국내 개발을 추진했으나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했다.
방위사업추진위는 이날 철매-Ⅱ 성능개량 양산사업에 관해서는 "향후 소요 재검토 결과를 반영해 양산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며 계약에서 물량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철매-Ⅱ 성능개량 사업은 적 항공기 요격미사일 `천궁`을 성능 개량하는 방식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내 업체가 개발해 지난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체계개발을 마친 상태로, 송영무 장관의 재검토 지시로 한때 사업 중단 논란에 휘말렸으나 지난달 방위사업추진위는 양산을 의결했다.
당초 방사청은 물량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안대로 추진하되 수정계약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이번 방위사업추진위는 양산 계약 자체를 소요 재검토 결과를 반영해 체결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이번 방위사업추진위는 방공무기와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연동해 실시간 방공작전을 지원하는 C2A(방공지휘통제경보) 체계와 지상전술 C4I(지휘통제) 체계 양산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방위사업추진위는 이날 국내 방산 육성 정책의 중장기 청사진을 담은 `2018∼2022 방위산업 육성 기본계획`도 의결했다.
이 계획은 앞으로 5년 동안의 정책 목표를 `첨단 무기체계 개발 능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제시하고 무기체계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성실성이 인정되면 제재 등을 감면하는 `성실 수행 인정제도` 확대를 포함한 38개 세부 추진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