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경찰 단화 탓에 발 통증"…법원 "공무상 재해"
장기 외근 경찰, "사례 드물다"던 공무원연금공단 상대 소송 이겨
경찰 단화 때문에 통증이 생겼다?
20여 년 경력의 경찰관이 불편한 경찰 단화 탓에 발에 통증이 생겼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인정받아 주목된다.
경찰 단화는 이 때문에 언론 보도 직후,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논란 역시 뜨겁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경찰관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1993년 경찰에 임용된 이래 15년여간 순찰이나 각종 신고사건 접수·처리 등 외근 경찰로 근무했다.
외근을 설 때는 ‘경찰 단화’를 신고 38 권총이나 삼단봉, 수갑, 무전기 등 무거운 장비를 혁대에 착용했다. 이 상태로 하루 8시간 이상 순찰차에 탑승해 근무하거나 장시간 검문검색이나 도보순찰을 했다.
경찰 단화를 신고 근무한 A씨는 지난 2011년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쳐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복직했지만, 무릎 통증으로 걷는 데 불편함이 생겼다.
경찰 단화로 고통을 받았던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양측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껴 국립경찰병원을 찾은 결과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진단을 받자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공단은 "A씨가 주장하는 업무 특성이나 경찰 단화 착용으로 인해 발병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수많은 경찰이 A씨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근무조건에서 공통으로 지급된 경찰 단화를 신고 일하는데도 무지외반증으로 요양을 신청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공무는 발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단화의 불편함을 호소한 경찰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 판사는 "A씨에게 보급된 경찰 단화는 본인 발길이 등 각 치수를 측정해 제작된 게 아니다"라며 "다른 경찰이 단화로 인한 부상이 거의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찰 단화가 A씨 발에 무리를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 뿐 아니라 일부 경찰도 경찰 단화를 신고 도보 순찰하는 경우 발에 무리가 간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심 판사는 "설령 경찰 단화 자체가 발병 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존 사고로 보행 장애가 생긴 상황에서 발에 무리를 준 보행은 적어도 A씨의 부상을 악화시켰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단화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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