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장 앞에 검은색 장의차량과 버스들이 도착하자 기다리던 조문객들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여간 이어진 수중 수색과 선체 수습 과정에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사고 당시 59세) 교사와 2학년이던 박영인·남현철 군의 영정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 속 양 교사와 영인·현철 군은 다부졌고, 또 앳된 모습이었다. 칼바람 속에서도 말없이 장의행렬을 기다리던 조문객들은 영정을 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영정 뒤를 미수습자들의 유품이 담긴 관이 천천히 따랐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관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뒤따랐다.
세월호 선체가 육지로 인양된 뒤 221일 동안 수색현장 옆에서 마음을 졸였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오랜 시간 기다린 조문객들을 위해 다시 빈소로 발길을 옮겼다.
이어진 조문 행렬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담담하고 의연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콧잔등에 고인 눈물을 손으로 훔쳐낼 뿐 낮은 목소리로 "와 주셔서, 기다려서 감사하다"는 말을 되뇔 뿐이었다.
장례식장을 가장 먼저 찾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손을 잡고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고개를 깊게 숙이고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릴 뿐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고락을 함께했던 다른 희생자 가족들이 보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2층에 마련된 빈소에 나란히 서 있던 영인 군의 가족들은 먼저 목포신항을 떠났던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씨의 모습이 보이자 참았던 슬픔을 쏟아냈다.
"어떡해"라는 탄성만 오갈 뿐 아무 대화도 없었지만, 영인 군의 어머니와 이금희 씨는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본 다른 가족들도 억누르던 감정이 폭발하며 복도는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양승진 교사의 빈소 앞에는 생전의 모습을 잊지 못한 동료 교사들과 제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제자 최모(21·여)씨는 "엄해 보이지만 다정한 말투로 이것저것 염려를 많이 해주시던 분이었는데 끝내 돌아오지 못한 점이 가장 안타깝다"라며 "차가운 바다에서 고생했으니 영혼만은 하늘나라에서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장례식장 1층 한쪽 편에는 일반 조문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도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세 사람의 영정을 앞에 두고 눈물을 훔치며 애도했다.
안산시민 최모(46·여)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 장례식장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돌아가신 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들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진다. 유품은 오는 20일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다른 희생자들이 안치된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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