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칼날 피한 안봉근·이재만, `국정원 뇌물`에 발목
검찰, 연 10억원대 상납금 중 일부 `문고리`에 유입 정황 포착해 추적
박근혜 정부 청와대 및 국정원 핵심·고위 관계자들 줄줄이 조사 대상
안봉근 이재만은 국정농단 칼날을 피하는 데 성공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검찰이 31일 전격 체포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이다.
안봉근 이재만은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여러 불법행위 의혹 속에서도 수사망을 빠져나갔지만 이번에 검찰은 뇌물 혐의라는 새로운 카드를 빼들었다.
수사망을 빠져나갔다기보단, ‘우병우 사단’이 보호막을 쳐줘 쇠고랑을 차지 않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우병우 사단이 존재하더라도, 국정원 뇌물은 빠져나갈 수 없었던 것.
안봉근 이재만은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국정 운영 전반의 개입해온 만큼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관련한 국정농단 사건에도 깊숙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실제로 안봉근 전 비서관은 최씨의 청와대 출입 편의를 봐주거나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그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거치면서도 별다른 형사 처분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7월 불구속 기소된 게 전부였다.
문고리 3인방 중 나머지 1명인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이 기밀자료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안봉근 이재만이 우병우와 함께 지난 정권의 실세였음이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법처리를 피해 가는 듯했던 안봉근 이재만은 그러나 한층 무거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면서 결국 검찰의 칼날을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권 국가정보원이 약 4년간 청와대로 `상납`한 연 10억 원대, 총 40여억 원의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이들이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에게는 금품이 주기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정부가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자금이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첨부는 물론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검은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납세자연맹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간 국정원에 배정된 특활비는 4조7천642억원 수준으로 이는 정부 각 기관의 전체 특활비 8조5천631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국정원 특활비는 4천860억원 수준이다.
검찰은 향후 안봉근 이재만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박근혜 청와대로 흘러들어 간 국정원 특활비의 구체적인 규모와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 수사 대상 액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뇌물의 ‘최종 종착지’를 들여다볼 방침이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안봉근 이재만 수사를 통해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추가 비위까지 나타날지 주목된다.
안봉근 이재만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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