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국제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약회사 운영해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즉, CP보다 강력한 시스템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도입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꺼내 든 카드인 'ISO 37001'.
국제표준화기구, ISO가 제정한 반부패경영시스템 국제 인증으로, 기존 국내 제약회사들이 운영해왔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CP보다 강력한 시스템이라는 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입장입니다.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회사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처벌하는 '쌍벌죄', 판매 허가를 취소하는 '투아웃제' 등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 제약업계 자체적으로도 CP 도입, 윤리경영 선언 등 자정 노력을 해왔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습니다.
실제 지난 2014년 8명이던 불법 리베이트 사범은 지난해 86명으로 무려 11배가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리베이트 금액도 71억원에서 155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국제 인증' 도입 추진이란 초강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도입되기도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우선 '국제 인증' 도입이 100% 의무적인 사항이 아닌 만큼, 리베이트의 당사자인 제약회사가 선뜻 도입할지 의문이란 지적입니다.
기존 CP보다 시간과 인력,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더 큰 '국제 인증' 도입에 규모가 작은 중소형 제약회사들이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한국노바티스처럼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외국계 제약회사의 경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회원사가 아닌 만큼, '국제 인증' 도입 자체를 꺼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화인터뷰> 제약업계 관계자
"내부직원이 이것만(‘ISO 37001‘ 관련 일) 할 수 없다. 기본 업무가 있을텐데, 이것도 하려면 교육받아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관리해야 한다. 자기가 맡은 조직의 부정부패, 뇌물 관련해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분명히 인력이 추가돼야 하고.."
국제 인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의약품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우세합니다.
불법 리베이트의 근본 원인인 복제약 중심의 과열 경쟁이란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새로운 기준 도입만으로 한계가 많다는 겁니다.
결국, '국제 인증' 도입 추진은 직접적인 불법 리베이트 근절 효과보단 자정 노력의 일환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
"구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의료수가가 낮다. 의료수가가 낮으니까 그렇게라도(리베이트) 손해를 보는 것을 보전 안 하면 운영이 안 되니까.. /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안하고 상징적인 의미는 있는데, 실효성은 각자 회사들한테 달려 있다."
'불법 리베이트'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추진되는 '국제 인증' 도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지원이 마련되기 전까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