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3개 수교국 순방길에 오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경유지인 하와이에 들러 미국과의 관계 증진에 공을 들였다.
30일 대만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마셜제도, 투발루, 솔로몬 등 남태평양 수교국 순방에 나선 차이 총통은 경유지인 미국 하와이의 동서센터(East-West Center)에서 좌담회에 참석했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전례없이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달초 아시아 순방계획과 관련, 대만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미국의 아시아 평화안정정책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아시아의 평화안정을 이어가기 위해 대만은 미국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계속 강건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28일부터 남태평양 수교국 순방 일정을 시작하며 먼저 북태평양에 위치한 미국 하와이에 들러 일정을 시작했다. 대만에서 8천100㎞ 떨어져 비행에만 10시간 걸리는 하와이까지 서쪽으로 크게 돌아서 남태평양 순방길에 나선 것이다. 하와이에서 첫 순방지인 마셜제도까지도 3천600㎞ 떨어져 있다.
차이 총통은 경유지인 하와이에서 하루 반나절을 체류하며 사실상 미국에서 공식 외교활동을 수행했다. 현지 대만 교민들과 만찬 행사도 가졌고 애리조나호 기념관도 방문했다.
미국 재대만협회(AIT) 제임스 모리아티 대표가 차이 총통과 전 일정을 함께 했다. 이번 차이 총통의 하와이 경유 외교는 중국이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마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직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신문은 차이 총통이 공식일정 외에도 미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차이 총통은 30일 낮에야 첫 순방지인 마셜제도에 도착했다. 차이 총통은 7박8일의 순방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도 미국령 괌을 경유할 예정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과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차이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 경색에 따라 미국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과 관계를 공식화하는데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역시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에 대해 미국과 대만을 싸잡아 불만을 토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공통인식이자 중국이 대만의 대외교류 문제를 처리하는 데 견지하는 원칙"이라며 "이미 미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수교국 방문을 핑계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대만이 가장 좋아하는 수법이고 미국과 대만의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대만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 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차이 총통의 하와이 경유에 대해 "차이 총통의 안전, 편의, 존중을 고려한 조치로 이전에도 계속 이렇게 해왔다"고 반박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이는 미국과 대만간 관계가 비공식적인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