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바그다드를 찾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만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U·하시드 알사비)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라크 총리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알아바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시아파 민병대는 테러리즘과 싸워 조국을 지킨 이라크인 전투원"이라면서 "그들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 격퇴에 이바지하고 희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상방문한 알아바디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다에시와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란 무장조직(시아파 민병대)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시아파 민병대는 애초 시아파 종교지도자가 이끄는 비정규 무장조직이었으나 2014년 이슬람국가(IS)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라크 총리 산하 직속 조직으로 편입했다.
이라크 정부 내 조직이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고 종종 전장에서 작전도 지휘한다.
미국은 시아파 민병대를 `이란 무장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이란으로 철수하라고 주장했지만 알아바디 총리는 이들이 이란인이 아닌 `이라크인`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알아바디 총리는 "시아파 민병대는 정부의 공식 조직"이라면서 "그들이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 희망이 되도록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라크 정부 내 준(準) 정규군인 만큼 이들의 법적 지위를 무시한 미국의 요구는 내정 간섭이라는 뜻을 직접 전달한 셈이다.
틸러슨 장관은 22일 사우디에서, 23일 바그다드에서 이틀 연속 알아바디 총리를 만나 이란과 가까운 이라크 정부를 압박했다.
이라크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공동 작전으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를 키르쿠크 주에서 몰아낸 데 대해선 "키르쿠크 작전은 정부의 합법적 통치권을 재정립한 것"이라면서 "쿠르드 주민도 똑같은 이라크 국민이라는 점을 KRG에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