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청 별관과 맞붙은 공공부지에 들어선 김해팔각정을 특정 단체가 장기간 무상사용하는 문제와 시 예산 투입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해팔각정(통일정)은 1988년 대한민국팔각회 김해지역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 당시로는 거액인 8천여만원으로 3층 높이로 준공한 건물이다.
팔각공원 내 3층 규모로 들어선 이 건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북한 대치의 상징 건물로 알려진 판문점 전망대를 본떠 만들었다.
김해팔각회는 이 건물을 당시 협약을 거쳐 김해시에 기증하고 현재까지 30년간 1∼3층 건물 전체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팔각정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시가 시의회에 건물 보수예산 5천500만원을 편성하고 시의회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무소속 이영철 시의원은 "공공부지에 지어 시에 기증한 후 30년간 무상으로 사용해 왔는데 취지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부자가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만큼 시민을 위한 공공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는 공유재산의 사용·수익허가 기간은 최장 20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이 시설을 환수해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시설을 보수한 후, 시청 별관과 연결해 민원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해팔각회는 건물을 지어 시에 기증할 때 사무실 용도로 계속 활용하도록 협약을 했다고 반박했다.
김해팔각회 오윤균 사무국장은 "협약서에는 팔각회가 현존하는 동안에는 계속 이 건물을 사무실로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시와 협약했다"고 밝혔다.
또 그 증거로 김해팔각회와 김해시가 갑·을로 한 `김해팔각정(통일정) 기증 및 관리계약서` 공증서도 제시했다.
김해팔각회 측은 "건물이 오래돼 금이 가는 등 일부 부실한 곳이 있지만, 시에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수를) 요구한 바도 없었다"며 "오히려 특정 시의원이 논란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현재 김해팔각정 활용 상황을 놓고 애초 설립 취지에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해팔각정 1층은 팔각회 사무실, 2층은 이 단체 회의장, 3층은 판문점 전망대처럼 시민들이 올라가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3층 전망대가 현재는 사무실로 변했다.
김해팔각회는 3층을 김해 모 고교동창회가 사무실로 이용하도록 하고 매월 임대료를 받고 있다.
이 고교동창회 현 회장은 허성곤 김해시장이다.
시민 김모(53) 씨는 "시청 별관과 맞붙은 공공부지에 시민이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건물이 들어선 것 자체가 큰 문제"라며 "또 특정 단체 전용 사무실과 동창회 사무실 유지를 위해 시민 세금으로 건물을 보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팔각회는 오는 13일 모임을 열고 최근 불거진 팔각정 논란을 둘러싼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대한민국팔각회는 1966년 3월 17일 부산과 경남의 인사들로 구성된 판문점 시찰단이 분단 현장을 방문하고 자유수호 의지를 다짐하며 그해 4월 17일 창립했다. 같은 해 말 경남 23개 시·군과 부산 6개 지역 인사 1천여 명으로 조직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