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65회 생일을 맞아 퇴진요구 시위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로부터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일간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새겨 넣은 이불보를 선물로 마련해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이탈리아 고급 침구 회사인 렌추올리시미(Lenzuolissimi)의 미켈레 카스카빌라 사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절친`, `사랑`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을 공개했다.
이불보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유명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실물 크기 사진이 담겨 있다.
침실에서 쓰는 내밀한 침구를 선물한 데에서 드러나듯 두 사람은 16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각별한 우정을 이어온 관계로 유명하다.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처음 조우한 두 사람은 2011년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재정 위기의 파고 속에 사임한 뒤에도 수시로 회동하며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진한 우정)를 이어왔다.
푸틴 대통령은 숱한 성추문과 부패 의혹 등으로 법정에 서며 퇴임 후 정치 생명이 끝난 듯 보이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2015년 6월 러시아 산악 지대인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으로 초청해 현지에 있는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산하 휴양소에서 함께 휴식을 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또 같은 해 9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병합된 크림반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기도 했다. 서방 국가 대다수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으며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개인적인 자격이긴 했으나, 서방 주요 인사가 크림을 방문한 것은 당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퇴진 시위에 직면한 반면, 그동안 정치 일선에서 퇴장한 것으로 인식되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6월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중도 우파 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압승을 일궈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주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