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말투와 순박한 웃음,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먹는 방송. 일명 먹방 크리에이터로 유명해진 정광자 씨의 첫 인상은 영상 속 모습 그대로였다. 페이스북 팔로워 수 70만 명이 넘는 인기인답지 않게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는 춤, 노래, 성대모사, 몰래카메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렇게 3년 간 올린 영상이 800편을 훌쩍 넘는다. 매일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낸다는 부담감에 지칠 법 하지만 아직도 매일 한 개씩은 꼬박꼬박 올린다고 한다.
마르지 않는 그 아이디어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 사진 = `1인 크리에이터` 정광자 씨)
■ SNS 인기 영상의 법칙①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라
"SNS 상에서 오래 활동하려면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오는 게 중요해요. 작은 성취감이죠. 그러려면 우선 자기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해요."
정씨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이 있다.
"화장실에 앉거나 이동할 때 틈날 때 마다 신제품이나 새로 올라온 기사를 검색합니다. 페이스북 피드에 올라오는 인기 콘텐츠를 보고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도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가 먹힌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제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 안돼요. 예를 들어 만약 제가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먹습니다."
■ SNS 인기 영상의 법칙② -다양함과 꾸준함
정씨가 영상 하나를 올리면 평균 10만 뷰의 조회수가 나오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14년 가을부터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먹방 뿐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할머니를 따라 해보기도 하고, 곤충채집도 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할 수 밖에 없었죠. 어떤 영상이 좋은 반응을 끌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3개월 정도 꾸준히 올리니까 조금씩 반응이 오더라고요."
정광자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콘텐츠는 `와사비 몰카`다. 잠든 그의 입에 누군가 몰래 와사비를 넣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인데 조회수가 1,000만 뷰를 넘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돼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과 트루TV 등에서도 연락이 왔다. TV 방송에 나가는 것 보다 SNS의 파급력이 더 크다는 걸 이 때 실감했다.
■ SNS 인기 영상의 법칙③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정씨는 자주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로 아프리카 세네갈을 꼽았다.
"2년 전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았지만 금방 식더라고요. 극단 활동을 하면서 워낙 힘들게 살았기 때문인지 자존감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죠. 한참을 방황하다 아프리카 세네갈로 떠났습니다. 거기서 제가 영상을 찍어야 할 이유를 찾았어요."
선교활동 차원에서 방문한 세네갈에서 그는 굶주리고 소외된 아이들을 만났다. 정씨는 그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놀아주면서 노래, 춤, 개그를 선보였다.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아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봉사를 하러 떠났다가 오히려 스스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했고 자신감도 되찾았다. 세네갈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했다.
■ SNS 인기 영상의 법칙④ -기존의 콘텐츠를 재해석하라
정씨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 줄 때라고 꼽았다.
"처음엔 내가 가진 재주를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며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뭘 원하는지 파악하려고 애써요. 그걸 알아야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거든요."
정씨가 만든 콘텐츠엔 이러한 그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신제품과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맛집. 10대와 20대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정씨만의 스타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귀띔해줬다.
"1인 크리에이터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시대는 아닌거 같아요. 대신 기존의 것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덧붙이고 새롭게 편집하는 능력을 사람들은 더 원하는 것 같아요."
■ 엉뚱함이 통하는 시대…작은 재능으로 승부하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주는 불안감은 없을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다음엔 무엇이 제 마음을 흔들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배우는 걸 그만두지는 않을 겁니다. 요즘엔 디제잉과 연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선택할 거 같아요."
그런 그가 강연을 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저 역시 학창시절 엉뚱하다는 이유로 많이 혼났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은 다 다른 것 같아요. 지금 시대는 남과 다르더라도 작은 재능이 있다면 그게 통하는 시대니까 용기를 가지라고 위로를 해줍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가 또래 친구들보다 형편이 조금 더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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