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승무원에게 불만을 품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60대와 30대 모녀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공동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대·여)씨와 딸 B(30대)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6월 18일 국내선 항공기 입구에서 승무원이 양손에 짐을 든 A씨에게 탑승권 확인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A씨는 탑승권 제시를 요구받고도 두 손에 짐을 들고 있던 관계로 그대로 항공기 안으로 진입했고 또 다른 승무원에게서 재차 탑승권 확인을 요청받자 그제야 탑승권을 꺼내 보여줬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26분께 목적지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왜 짐이 많은데 표를 확인하느냐" "왜 사람을 잡느냐.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며 손으로 승무원 팔을 잡고 2차례 밀고 당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승객이 모두 항공기에서 내린 뒤에도 "우선 내려가서 말씀하세요"라는 승무원 요구를 거절하고 "손님 짐을 들어주고 표를 달라고 하라" "너희 항공사는 이렇게 교육하느냐" 등 불만 표시를 이어갔다. A씨는 이 과정에 승무원 외모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딸 B씨도 가세했다. B씨는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 도착장으로 가던 중 승무원이 "항공기에서 안 나가면 항공기 농성이다"고 말한 데 격분해 "뭐라고 했느냐" "너희 가만히 안 두겠다"며 승무원 팔을 잡아 도착장 쪽으로 끌고 가고 이 승무원 등을 2차례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녀는 승무원에게 사과도 요구해 받아냈다. 법원은 이 부분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일련의 행위가 승객이 승무원에게 서비스에 항의를 한 것에 불과하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부장판사는 "승무원 서비스에 항의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행위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시했다.
또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고 버틴 시간이 5분 미만으로 짧았고 다른 승객이 모두 내린 뒤 이런 행위가 벌어진 점, 해당 항공사 후속 비행편 운항은 결과적으로 중대한 차질을 빚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