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자는 제안을 담은 러시아 측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초안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7일(현지시간)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처음 논의됐고 우리는 문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제안했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는 더 이상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우크라이나 대표는 러시아 측 결의안에 본질적 이의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결의안과 다른 자체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네벤쟈 대사는 설명했다.
네벤쟈는 그러나 러시아가 자체 결의안 채택을 지속해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은 경무장한 유엔평화유지군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휴전감시단 보호를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파견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이 대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는 OSCE 휴전감시단이 파견돼 평화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막을 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우크라이나 파견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것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국 외무부에 해당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푸틴은 평화유지군 파견 지역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전선으로만 제한돼야 하고 다른 지역에 파견돼선 안 되며 평화유지군의 임무도 OSCE 감시단 보호에 한정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그동안 평화유지군 파견을 줄곧 주장해 왔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평화유지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포함한 모든 분쟁 지역에 파견돼야 하며 (분쟁 당사자인)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러시아 측의 제안을 비판했다.
미국도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으로의 평화유지군 파견에 관련국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조만간 파견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