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업체 펜디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보르게세 갤러리에 대한 후원을 시작한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14일 펜디와 보르게세 미술관이 3년에 걸쳐 협력 관계를 맺어 이탈리아 출신 거장 카라바조(1571∼1610년)의 작품을 연구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 제공하는 데 특화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피에트로 베카리 펜디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지원금 130만 유로(약 17억5천만원)를 제공해 카라바조 연구소의 운영 및 카라바조 작품들의 전 세계 전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바티칸 박물관 다음으로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보르게세 미술관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등 카라바조의 대표작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카라바조 연구소는 향후 카라바조 작품들의 진위를 가리는 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극적인 명암 대비와 사실적인 묘사로 바로크 시대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카라바조는 그 유명세 만큼 작품에 대한 진위 논란도 최근 빈번히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14년 프랑스 툴루즈 인근 주택의 한 다락방에서 발견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로, 한편에서는 이 작품이 카라바조의 진품이라고 주장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 작품이 복사본이라고 맞서며 아직까지 논란의 결론이 나지 못했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안나 콜리바 관장은 "신설되는 연구소는 카라바조의 작품을 둘러싼 이런 종류의 견해 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연구소가 향후 카라바조의 연구에 있어 전 세계적 기준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펜디와 보르게세 미술관은 또 오는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뮤지엄에서 보르게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카라바조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여는 등 향후 3년 간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카라바조전(展), 개최해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한편, 로마에 본사를 둔 펜디는 로마의 대표적 명소인 트레비 분수의 2015년 재단장 작업에 약 200만 유로(약 270억원)를 쾌척하는 등 로마의 문화 예술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역사적 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펜디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의 기부금으로 잇따라 유명 문화재 재정비에 나서 왔다.
로마의 관광 명소 콜로세움은 명품 신발 업체 토즈의 후원으로 작년 여름 묵은 때를 벗었고, 로마의 또 다른 명물 스페인계단은 불가리의 후원으로 복원을 거쳐 본모습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