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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시선] 번민하는 황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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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번민하는 황소들입니다.

간밤에 뉴욕증시가 일제히 크게 올랐습니다. 뭐 큰 호재가 있었다기보다는 북한 핵 위험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이 끼었던 주말 동안에 별일이 없었고 유엔 안보리에서 더욱 강화된 대북 재제 안이 무난히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다소 완화된 게 이유라면 이유입니다. 대형주 중심의 S&P는 사상 최고가입니다.

저희 증시 라인에 출연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상당수는 다른 건 몰라도 미국 주식은 조정을 받을 때가 됐다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너무 오래 동안 올랐다는 거죠. S&P 기준으로 5% 이상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른 게 14개월째고 10% 이상 조정을 받은 지는 19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른바 지수 조정이 없이 달려왔다는 겁니다. 주가라는 게 조정을 받으면서 새로운 주도 주를 찾고 그 과정을 통해서 에너지를 응축한 다음 다시 오르고 또 에너지가 분산, 소진되면 조정을 반복하다가 조정을 넘어 대세 하락기가 시작되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의 미국 시장은 모든 사람들이 조정을 얘기하지만, 시장은 그 모든 사람들의 예측을 비웃듯 조정다운 조정을 받지 않고 올라갑니다. 누구는 트럼프 랠리 끝났고 미국 경제지표가 받쳐주지 못하니까 이젠 다 왔다고 하고 또 누구는 연준이 자산축소가 시작되고 금리 인상이 재개될 것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대부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예측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런 센티멘털이 미국 시정의 강세장을 지속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어제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인 데이빗 코스틴이 재미있는 보고서를 썼더군요. “오늘날 투자자들은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 자리한다”며 ‘번민에 찬 황소들(Tormented bulls)’이라는 표현이 현재 투자자들의 정신상태를 가장 잘 묘사한다”고 했습니다.

번민에 찬 황소들…강세론을 견지하고는 있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작금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죠. 시장에 확신에 찬 황소들이 별로 없고 고민하는 황소들과 더 고민하는 곰들로 채워져 있다면 시장은 오히려 과열로 가지 않고 그렇기에 거품의 붕괴로 인한 폭락도 없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 협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은 전체 응답자의 29.3%를 차지해 기존의 평균치 38.5%를 밑돌았습니다. 반면 비관론은 35.7%로 역대 평균 30.5%를 웃돌았다. 중립론은 35%로 평균을 4%p 상회했습니다. 시장은 조정을 예상, 아니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유명한 증시 격언이 있죠?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라는 거 말입니다. 여기에 제가 하나 더 붙여볼까요? 기다리던 조정이 와도 주식을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미국 주식시장에 버블이 끼어가고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주식 분 아니라 모든 자산가격은 버블과 버블 붕괴를 반복합니다만 문제는 지금의 버블이 터질 정도로 크고 그 버블의 막이 얇아져 있는가입니다.

버블의 기미가 있다고 주식을 팔라고 할 것이 아니라 버블이 터질 시점을 예측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경제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 그리고 기업 실적의 하락 반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는 주가 이런 사후적으로 증명되는 계량지표 보다 버블의 붕괴 시점을 예고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입니다. 어떤 버블 붕괴 시점에도 이렇게 비관론이 더 우세했던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비관론의 우세기는 버블의 생성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이른바 번민하는 황소들이 번민을 버리고 확신을 갖게 되는 시점 그리고 확신에 찬 곰들이 번민하고 번민하는 곰들은 황소로 전향하는 그런 상황이 버블의 붕괴 시점입니다.

이른바 현명한 예언가들이 버블 붕괴에 대한 경고를 목이 터져라 외쳐도 누구도 듣지 않으려고 하는 바로 그 시점까지 버블은 커져 갈 것입니다. 공포를 피하고 탐욕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이 바뀌지 않았다면 버블은 언제고 생깁니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버블 붕괴의 후유증으로 이 본성이 다소 개선된 것 같지만 본질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느 쪽이십니까? 번민하는 황소입니까? 번민하는 곰입니까?

번민은 조정의 다른 말이고 조정은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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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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