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미얀마군의 작전에 민간인인 불교도가 동참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간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들은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에서 겪은 끔찍한 상황을 털어놓았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수용소에 머무는 카딜 후세인(55)은 "군인들이 먼저 마을에 들어야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몇몇 불교도 민간인이 마을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마을의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군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쳤다. 일부는 총탄에 맞아 죽었고 나머지는 이곳에 와 있다. 지금 마을에는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난민인 보디 알롬(28)은 "군인들이 마을에 왔을 때 숲 속에 숨어 있다가 나왔다"며 "논에는 여러 구의 시신이 있었다. 어머니와 형도 총상을 입고 숨졌다. 그들을 땅에 묻지도 못하고 도망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불교도들은 시체를 모은 뒤 소지품을 뒤져 돈과 옷, 소까지 모든 것을 가져갔다"며 "그리고 집을 불태웠다"고 덧붙였다.
같은 마을에 살던 힌두교도들도 로힝야족 학살에 동참하라는 권유를 거부했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임신 6개월의 몸으로 국경을 넘은 힌두교도 아니카 발라(15)는 "그들은 로힝야족을 죽이는데 동참하라고 했지만, 남편은 거부했다. 그러자 그들이 남편을 죽였다"고 전했다.
이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시도에 민간인인 불교도가 동참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군 장교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민가에 불을 지른 것은 로힝야족 반군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은 하루 새 2만 명 가까이 늘어 16만4천여 명이 됐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밝혔다.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 발생 후 국경을 넘었던 8만7천 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미얀마를 탈출한 난민 수는 모두 25만 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내 전체 로힝야족 주민 110만 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11개월 사이에 국경을 넘은 셈이다.
끊이지 않는 난민 행렬 속에 이날도 난민선 전복에 따른 5명의 추가 사망자가 보고됐고, 미얀마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한 뒤 친척들에 의해 방글라데시로 옮겨진 로힝야족 사망자 시신 5구가 콕스바자르 인근 공동묘지에 매장됐다.
또 미얀마 정부의 주선으로 라카인주 북부의 로힝야 거주지역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버려진 마을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