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2년간 출시가 전무했던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올해 들어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일반 공모펀드들과 큰 차별성 없는 운용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사회책임투자펀드의 잇단 출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데요.
심지어 정부의 정책에 운용사 마저 코드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회책임투자펀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국내에서는 2003년에 처음 출시됐지만, 차별성 없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2014년 출시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던 상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운용사들이 다시 너도나도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이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지난 5월과 8월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한화자산운용 역시 ESG ETF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역시 추진력을 얻으면서 이른바 ‘착한 기업’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 상품 출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과거에 출시됐던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일반주식형펀드 대비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출시됐던 사회책임투자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편입이 압도적인 데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롯데케미칼 등 대형주 쏠림이 심각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담는 종목이 일반 주식형펀드와 다르지 않다보니 수익률 역시 비슷하기는 마찬가지.
운용사들은 이러한 점을 보완해 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자문기관들과 협력해 종목을 선정할 계획이라지만
삼성전자 등 몇몇 대기업을 빼고 운용했을 때 변동성이 확대되고 수익률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의 코드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 200종목 내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만족하는 기업이 30개가 채 되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MSCI가 관련 지수를 만드는 데 거절 의사를 표한 사례가 있었다”며 “정경유착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사회책임투자펀드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운용사들이 시장과 사회 분위기에 쏠려 우후죽순 상품을 내놓으면서 결국 손해는 투자자들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