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 기획 : 조주현, 이봉익
- 연출 : 박두나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메기가 필요해'입니다.
장마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이제부터 한 2주간 불볕 더위가 계속 되겠죠?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라 만나는 분들 마다 의례 인사로 휴가 안 가냐고 묻길래 제가 저는 동남아입니다라고 합니다. 동남아 놀러 가냐고요? 아닙니다. 동네에 남아있는 아저씨란 뜻입니다. 시장을 비우고 휴가를 갈 엄두가 나지를 않네요.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 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출범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00만명에 여수신 공히 3000억을 넘어섰습니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 보면 출범한지 4개월이나 된 케이뱅크를 이미 넘어선 거라 역시 카톡이라는 플랫폼을 가진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백만 명이 신규계좌를 개설하러 일반 시중은행 지점에 몰렸다면 지금 그 은행 어떻게 됐을까요? 어제 제가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여의도에 있는 모 은행엘 가봤습니다. 여전히 번호표를 뽑고 호명이 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만 객장에 손님들 보다 훨씬 많은 은행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일반 여수신 업무가 아니고 조금은 이례적인 업무긴 했습니다만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 저를 응대한 은행원은 그 업무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옆자리 선배에게 통사정을 한 뒤 그것도 한참 뒤에야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 일 처리를 시작한지 한 시간 반 만에 그것도 4시반 은행 지점문이 닫힌 다음에야 일을 다 끝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제 생각엔 동네 지점을 갔더라면 여기선 일 처리 힘들다고 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카카오 뱅크를 통해 계좌를 터봤습니다. 제가 사실 그리 모바일 환경에 앞서가는 사람은 아니기에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만 정말 간단하게 절차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카카오 은행이 잘 정착이 되고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저는 주거래 통장을 이리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편하니까 말입니다.
시중은행들이 긴장을 한다고 합니다. 모바일, 온라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우리 시중은행들의 이익이 크게 신장됐고 올 들어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나름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한 탓도 있고 꾸준히 구조조정을 한 효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의 이익의 기반은 과점입니다. 커다란 차별성이 없는 대형 시중은행들 몇 곳이 우리 금융소비자들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이 은행, 저 은행 다들 차별화를 얘기하지만 정작 고객은 얼마나 차별화를 느끼고 있는지 반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카카오 뱅크는 시중 은행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본금을 갖고 출범했습니다.대규모 증자 없이 이 추세로 간다면 은행으로서 기본적인 안정성에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것입니다.
재벌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단 이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산업자본의 의결권 제한을 그야말로 제한적으로 풀어줘서 기왕에 혁신적인 출발을 한 인터넷 뱅크를 키워서 기존 은행들도 더 튼실하게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꾸 이건 뭐 때문에 안되고 저건 뭐 때문에 안되고 하다 보면 어느덧 인터넷 은행은 그저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존재로 멈추게 될 것입니다.
요즘 한참 무더위에 보양식들 많이 드십니다 만 저는 개인적으로 추어탕을 즐겨 합니다. 요즘이야 다들 양식 미꾸라지를 씁니다만 어릴 적 할머니가 논두렁에서 잡아온 살찐 미꾸라지에 배추와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여주시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살찐 미꾸라지가 있는 논두렁에 메기를 한 마리씩 풀어놓는 지혜를 우리 조상들이 가졌듯이 우리 은행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뱅크를 송사리로 만들지 말고 메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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