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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부 이야기⑤] 문화예술 산업의 잔 다르크…허미호 위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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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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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참 묘한 곳이다. 언젠가 부터 가치 있는 일에 인생을 걸겠다는 가난한 청춘들이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

    성수동 터줏대감 '카우앤독(CoWork & DoGood)'은 소통의 장을 열어 주고, 조금 더 내려 가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디자인숍 '마리몬드'가 자리하고 있다. 한 블록 돌면 아프리카 나미비아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펜두카', 길을 건너면 경북 청송 할머니들이 재배하는 청정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소녀방앗간'이 보인다.

    4~5년 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1,000여명의 젊은이들이 150여개의 소셜벤처를 만들었다. 정부가 아닌 순수 민간 주도로 형성된 소셜벤처의 메카, 성수밸리. 허미호 위누 대표는 자신의 장기인 IT를 활용해 성수동에서 제대로 놀 수 있게 '노는 지도 노는지'를 만들었다.

    ◇ 11년차 국내 소셜벤처의 시조새



    예술문화 벤처 '위누(Weenu)'는 올해로 11년차 된 국내 소셜 벤처의 시조새다. '돈 안 되는' 예술문화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버텨 온 잔다르크 이기도 하다.

    위누가 성수동으로 터전을 옮긴 것은 2014년 하반기, 소셜벤처들이 모이기 시작한 초창기였다.

    "그때는 우리들이 작은 기업이니까 다들 모여서 위안 받으려고 왔나 했어요. 그런데 많이 모이니까 같이 성장하게 됐어요. 지금은 눈 감으면 따라 잡기 어려울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죠."

    허 대표는 이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수동을 다녀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정보를 취합해 그들의 취향을 분석했다.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예를 들어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대림창고'를 찾고, 서울 숲에 산책 나온 가족은 '소녀방앗간'에서 식사를 즐긴다. 이를 지도로 만든 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제공한다. 이것이 '노는 지도, 노는지'의 개념이다. 구청이 만든 지도가 아니라 실제 성수동에서 놀다간 사람이 만든 그들 만의 지도이다.

    "온라인으로 노는 지도를 만들자.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나오잖아요. SNS에 올린 사진과 정보를 분석해서 지도를 만들었죠. 사람들이 여기 괜찮다고 하니까 여기 나온 맛 집 지도 따라 가 보세요. 이런 식으로 구현했어요."

    그냥 성수동이 좋아서 만든 지도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됐다. 성동구청도 이 지도를 사갔다. 올해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40여개 아트페어를 담은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한 중국 '베이징 디자인위크(Beijing Design Week)'측과도 협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이) 기술이 없어서 우리와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어봤고 그것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이벤트까지 할 수 있는 경험을 평가한 것이죠. (중국도) 이 같은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허 대표는 지도 만드는 사람일까?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일까?



    ◇ 아트(Art)와 IT…27살에 창업하다

    11년전 야후(Yahoo)의 프로젝트매니저(International PM)로 일했던 허 대표는 미국 출장 중 당시 혜성 같이 등장한 문화벤처 '엣시닷컴(ETSY.com)'을 만난다. 엣시는 중저가 예술작품을 거래하는 커머셜플랫폼으로 2015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허 대표는 엣시를 늘 꿈 꿔오던 '아트와 IT의 결합 모델'이라고 보고 흥분했다. 곧바로 야후에 사표를 냈다. 대학 4학년 때 SK텔레콤에서 인턴을 함께 했던 동갑내기 친구 3명을 불러모아 위누를 창업하고 한국판 엣시인 원바이미(1-by-me)를 오픈 했다. 2007년 허 대표의 나이 27살 때의 일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IT분야에서 일했던 우리는 플랫폼은 알았지만 오프라인을 전혀 몰랐어요. 예술이라는 문화산업 자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플랫폼만 만들고 그 기능만 고민했던 것이죠."

    한국판 엣시의 실패로 어린 창업자들은 지쳤다. 결국 원바이미는 폐쇄했고 공동창업자 4명 가운데 2명이 회사를 떠났다. 모든 것이 끝난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원바이미에 입점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아 있었다.

    "작가들을 찾아 다니면서 설득했어요. 팔리긴 팔려야 하니까 예술작품 대신 팔릴 만한 상품을 만들어 보자면서. 소품 만들기부터 시작했어요."

    ◇ 작가 1,000명…'예술콘텐츠 플랫폼' 개척하다

    다음에는 축제를 만들었다. 환경이나 다문화 등 사회적 이슈를 정하고 그 이슈에 맞는 작가를 모아 축제를 열었다. 올해 5년째를 맞는 아트업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고립돼 있던 수많은 작가들이 세상 속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우리에게 오는 이유는 명확해요. 우리가 판을 깔아줄 수 있기 때문 이에요. 작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또한, 고립된 상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업할 수 있어요."

    한발 더 나아가 작가들 자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기업들이 가치를 알아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2013년 네이버와 손잡고 '헬로 아티스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명의 국내 신인 예술가들을 발굴·소개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브릴리언트30'을 통해 차세대 현대미술 작가 서른 명을 세계 시장에 알렸다.

    위누가 함께 하는 예술가는 어느덧 1,000여명에 달한다. 예술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순수예술은 대중문화와 같은 에이전트 개념이 거의 없어요. 대중문화는 사람 자체가 상품이지만 순수예술은 작품의 투자가치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순수예술은 어느 갤러리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등급이 정해져요. 소속되지 않으면 혼자 각개전투 해야 하는 것이죠."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예술계 '그들만의 리그'에 낯선 이방인이 등장해 시장을 열어 젖히려 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유통 구조 자체를 바꿨듯이 우리가 예술산업의 한 리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자 되고 싶으냐 고요? 재미 있어서 하는 일 이에요. 그래서 계속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가 큰 돈 버는 관상은 아닌 것 같다고들 말해요. 하하하"

    <알림> 성수 소셜벤처 밸리 2편으로 노숙자들과 함께 하는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 이야기가 다음주 이어집니다.



    <알림> 대한민국 `올바른 부자`를 찾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인생을 걸고 부정과 불의에 의연히 저항하는 우리 주변의 `올바른 부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보내실 곳은 olbu@wowtv.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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