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전기자동차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운행 거리가 그다지 길지 않아 충전이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충전소가 흔치 않아 자칫하면 도로 한가운데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돼 있으나, 휴대전화 등에만 쓰일 뿐 전기차에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충전기가 있는 곳에 전기차를 주차해 둬야만 충전이 가능한 탓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해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새로 개발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길이 열렸다.
이 기술이 보편화하면 전기차가 충전소에 들를 필요가 없으며, 도로에 깔린 무선 전력 공급 인프라를 통해 전력을 받으면 된다.
[사진 = 연합뉴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부 판샨후이(Shanhui Fan) 교수와 대학원생 시드 아사와워라리트(Sid Assawaworrarit) 등은 이동 중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에 관한 논문을 15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이들은 약 1m 떨어진 거리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논문에 나온 실험에서 무선으로 전달된 전력은 1 밀리와트(mW) 수준에 불과해, 전기차에 당장 사용하기에는 무리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는 그 수백만∼수천만배에 달하는 수∼수십 킬로와트(kW) 수준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판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로 전달할 수 있는 전력을 증가시키고 전력 전달 거리를 늘리며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상용화된 무선충전 기술이 자기유도(magnetic induction) 현상을 이용하며 몇 cm 수준의 짧은 거리에서만 작동하는 것과 달리, 많은 기업과 대학들이 연구 중인 중거리 범위(1m 안팎)의 무선충전 기술은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 현상을 이용한다.
스탠퍼드대의 이번 연구나 그 기반이 된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고정 상태 무선충전 기술 연구도 마찬가지다.
자기유도나 자기공명 현상을 이용해 움직이는 물체에 전력을 전달하려면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주파수 등 특성을 계속 변화시켜야 하는데, 연구진은 이런 과정을 단순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판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충전하기 위해 차를 세울 필요가 없고 도로를 계속 달리고 있으면 전력이 공급되는 도로-자동차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에 무선 충전기 노릇을 하는 코일을 깔아 두고 이 도로를 전기차가 달리면, 전기차 바닥에 있는 코일이 자기공명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도로-자동차 시스템이 보편화하면 전기차의 생산 가격 중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불필요하게 된다.
또 이 기술이 공장 기계에 적용되면 전력 공급을 위한 선도 사라질 수 있다고 판 교수는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