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산불, 축구장 5.5배 태우고 완진…잔불·연기 없어
수락산 산불, 땅속에서 재발화할 우려로 2∼3일간 감시체계 유지
마른 낙엽·나뭇가지에 불…강풍 타고 삽시간에 위로 번져 큰 피해
수락산 산불 재발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막대한 산림 피해를 내고 1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큰 불길은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인 2일 오전 2시 25분께 잡혔고 13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10시52분 사실상 진화가 완료됐다. 오후 5시 현재까지 불꽃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오후 5시 현재까지 잔불이나 연기가 없어 사실상 완진이라고 보면 된다"며 "땅속 깊은 곳에서 재발화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2∼3일간 감시체계를 유지하며 잔불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은 오전 10시 50분부터 감시작업에 소방관 12명과 노원구 직원 250명을 투입돼 낙엽을 헤치며 불씨를 찾았다.
이 인원은 오후 3시 30분께 소방관 15명과 노원구 직원 20명으로 줄었다. 당국은 야간에도 감시조를 편성해 잔불 유무를 살필 계획이다.
앞서 1일 오후 9시 8분 수락산 5부 능선 귀임봉(288m) 아래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최초 발화 위치는 5부 능선 인근 정규 등산로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불은 초속 5m 강풍을 타고 긴 띠를 이루며 의정부 방향으로 급속히 확산해 오후 11시께 귀임봉 정상까지 도달했다.
산세가 험한 데다 낙엽이 5㎝ 두께로 쌓였고,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빨라 화재 현장 위쪽으로 저지선 구축이 어려웠던 탓에 초반 진화작업은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호스를 2∼3㎞에 달할 만큼 길게 이어붙여 고압 펌프 차량 6대에 설치해 정상부에서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화재 초반 진화를 어렵게 한 강풍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잦아들었다.
현재까지 당국이 파악한 피해 면적은 축구장의 약 5.5배인 3만9천600㎡에 달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화작업에는 소방당국과 관할 노원구, 경찰, 군부대 등에서 2천330명을 동원했다. 야간이어서 운항이 불가능했던 소방당국·산림청 헬리콥터도 동이 트는 오전 5시께부터 모두 6대 투입됐다.
발화지점인 귀임봉 5부 능선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는 불과 700m 거리다. 수락산을 태우던 불길은 아파트 발코니에서도 뚜렷이 보였고, 창문을 닫아도 매캐한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올 정도였다.
주민들은 불길이 아파트 쪽으로 번질지 몰라 가슴을 졸이며 진화작업을 지켜보다 `큰 불길이 잡혔다`는 당국 발표가 나오자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산불 소식을 듣고 국민안전처 장관과 산림청장에게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진화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현장을 찾아 철저한 진화를 지시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신속한 진화를 독려했다.
소방·산림당국과 경찰, 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합동 산불조사감식반은 야간 등산객이나 무속인 부주의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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