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 모두 수의 대신 검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2개월 넘게 구속 수감 중인 김 전 실장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꼿꼿한 모습을 보였다.
표정 변화 없이 맞은 편의 검사석과 방청석을 번갈아 쳐다보기도 했다.
이와 달리 화장기 없는 민얼굴의 조 전 장관은 다소 힘없는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이 생년월일 등 기본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하기 위해 피고인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할 때도 잠시 다른 생각을 했는지 뒤늦게야 몸을 세웠다.
김 전 실장은 재판장이 직업을 확인하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도 "지금 없습니다"라며 짧게 답변을 마쳤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법조인 출신이다.
특검팀이 공소사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에도 김 전 실장은 계속해 주변을 둘러봤다. 간간이 헛기침도 내뱉었다.
조 전 장관은 책상에 놓인 사건 관련 서류에 밑줄을 그으며 판사 출신 변호인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재판엔 취재진을 포함해 120명가량의 방청객이 재판을 직접 보기 위해 법정에 자리했다.
이 중 한 여성 방청객은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특검이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그게 왜 선입관입니까.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라며 항의했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