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가 지난해말 도입되면서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요.
결과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들은 대부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심지어 의결권자문사들이 모두 반대 권고 의견을 냈던 안건에도 눈을 감았습니다.
김보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4일 롯데케미칼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대신경제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대표적인 의결권자문사들이 하나같이 반대 권고 의견을 냈던 안건입니다.
이유는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이었습니다.
<전화인터뷰>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6년 10월 19일 (신동빈) 후보자께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기 때문에 사내이사 후보 요건 상에 징계 사유에 해당되어서 반대 권고 의견을 냈고요.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사내이사 후보 요건 중에는 횡령·배임 등 피의 사실로 기소되어 현저한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유일한 연기금 주주였던 공무원연금공단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요 기업들의 이번 주주총회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을까.
한국경제TV가 시가총액 상위 50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27일까지 공표된 주주총회 결과를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코드까지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기금들의 의결권 행사는 여전히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연기금의 대표 격인 국민연금공단은 57개 안건 중 2건에, 사학연금은 91개 안건 중 5건에 겨우 반대 의사를 내놨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112개 안건 가운데 24건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심지어 의결권자문사들이 반대권고를 낸 안건들 중 연기금들이 이들 권고를 따른 비율도 전체 41개 중 10개에 불과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역시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가 강제성이 없는데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안이 확정된 후 3월까지 일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맞는 내부 시스템을 갖출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스튜어드십코드.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