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을 시샘하는 늦은 겨울바람이 꽃샘추위로 투정을 부리고 있지만, 그래도 계절은 어느덧 3월입니다. 차갑고 메마른 나뭇가지에도 보이지 않는 새 생명이 움트듯 수줍은 봄 보슬비가 대지를 포근히 적시고 있습니다.
이 드넓은 땅에 인간이 물을 뿌린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면 새삼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옛 조상들은 이미 물의 소중함을 알고 "비님이 오신다"라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높여 부르기도 했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물의 소중함을 깨닫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저 또한 지금껏 물을 아주 꽐꽐 썼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4년 전 아프리카 땅을 밟기 전까진 말이죠. 쩍쩍 갈라진 황량한 대지에 비올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 먼지바람 사이로 작은 고사리 손들이 물을 찾아서 머나먼 길을 매일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던 그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아무리 설명해 보아도 직접 가서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아프리카의 참 모습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아프리카 작은 마을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가족들을 위해 마실 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자신들만한 크기의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되돌아옵니다. 노을이 진 석양만이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오늘도 하루가 저물고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흔한 물 한 컵조차 그 아이들에겐 `절실함`임에 틀림없는 참혹한 현실 앞에 저는 물 부족이라는 충격적인 실태와 마주했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인구 40% 이상이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라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앞에 이런 현실이 닥쳐온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으실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 목마른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꺼져가는 어린 생명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차가운 대지에 봄의 생명이 피어나듯 지금 우리가 처한 팍팍한 몸과 마음에도 물의 소중함이 함께 깃들길 기원해 봅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글 / 이호석
SBS PD (SBS 어린이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내 마음의 크레파스`, `꾸러기 탐구생활`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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