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팀은 네덜란드에게도 0-5로 패하며 2라운드 진출이 어렵게 됐다.(사진 = KBO) |
이제는 한국야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바라볼 때이다.
개막전이었던 6일 이스라엘과 경기에서 1-2로 패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7일 네덜란드와 맞대결에서도 0-5로 패하면서 사실상 2017WBC 2라운드 진출이 어렵게 됐다. 물론 한 가지 ‘경우의 수’는 남아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지난 대회에 이어서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탈락한다면 한국야구에 암흑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연속 예선 탈락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2006년 제 1회 대회였던 WBC를 출발점으로 반전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WBC 준우승으로 한국야구는 정점에 올라섰다. 어느덧 국내 야구장에는 500만 관중을 넘어 600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또한 700만 시대를 지나 지난 시즌에는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것은 독이 되고 말았다.
선수단의 규모와 몸집은 날로 커져가고 있으나 기량적인 측면은 퇴보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기본기는 예년만 못했다. 날로 늘어가는 관중들 속에서 프로다운 플레이는 실종됐다. 가장 큰 문제는 토종 에이스들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여전히 프로팀 감독들은 성적을 위해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를 하는 것은 물론,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는 불펜으로 마구잡이로 실전에 투입이 됐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변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다. 당장의 성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한국야구의 풍토가 그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BEST로 꼽히는 투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평범한 선수 구성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증거가 이 번 대회였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리그에서는 3할 타자가 20-30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품이 상당했다. 지난 대회에서도 그랬고, 이 번 대회에서도 타자들은 리그에서 보여줬던 폭발력은 없었다. 지난 2015년에 열렸던 프리미어12에서도 문제점이 여실히 나타났다. 하지만 누구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리그만 돌입하면 1-9번까지 누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단순히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뿐 일까? 2016시즌 포스트시즌만 놓고 봐도 답이 나온다. 각 팀의 1-3선발 혹은 1-2선발이 투입되면 타자들의 방망이는 얼어붙어 있었을 뿐이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이 정규시즌과 다르게 다소 넓어지자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국내 야구인들은 한국 타자들이 ‘커트를 잘 해서 외국인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라고 주장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서 상대적으로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또 하나의 예로 이스라엘 투수들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 선발투수 제이슨 마키를 제외하면 한국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위력적인 선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타자들의 방망이가 얼어붙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컨디션 문제로 볼 수 없다.
‘준비가 부족했다.’ ‘전력이 약했다.’와 같은 추상적인 분석은 시간 낭비다. 비록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야구인들은 철저하게 반성을 함과 동시에 지난날의 영광을 잊고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만약 ‘다음에는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관한다면 한국야구가 과거 바닥을 찍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