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증권사들은 건전한 주식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매년 대학생 모의 투자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태를 들여다보니 짧은 기간 동안 최대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 평가 방식 탓에 대회가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한 증권사에서 시행한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 출전한 한씨.
대학교 주식동아리에서 배운 가치투자 방식을 실전에 적용해보려 했지만,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한 모씨/대학생 모의투자대회 참가자
“저 같은 경우는 장기보유를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편인데 입상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달 내에 200%, 300% 가까운 수익을 내야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 종목을 보유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계속 회전율도 높여야하고 단기 급등주나 정치 테마주 등의 이슈를 찾게 되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높은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 대회 특성상 참가자들이 특징주나 테마주 등 급등락 종목을 중심으로 단타 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지난해 대학생 모의투자 대회를 시행한 세 증권사의 대회 기간은 평균 28거래일.
가장 최근 열린 대회의 최고 수익률은 114%, 2위는 111%로 탑 순위권 안에 들기 위해선 29거래일 간 100%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야 했습니다.
단기 고수익을 노려야 하는 참가자들에겐 기업 실적을 보고 판단하는 가치 투자 보다는 빠르게 급등할 수 있는 테마주가 유혹적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했던 업종 10개 중 4개 이상은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로 대회 기간 동안 주가가 크게 급등락했던 종목입니다.
거래횟수도 빈번했습니다.
수익률 상위 1위부터 3위까지의 평균 매매일수는 22일에 달했습니다.
테마주를 단타로 매매하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용될 수는 있지만, 기업 실적이나 비전 등 기업 가치가 뒷받침 되지 않은 단타 매매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김형렬/교보증권 자산전략팀장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서의 초단기매매는 오히려 손실을 확대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큽니다. 따라서 뇌동매매를 가급적 지양하고 우량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반기문 테마주로 급등했던 지엔코 등 대회 기간과 비교해 주가가 4분의 1가량 토막 난 종목도 있습니다.
단기 수익률로만 평가하는 대회는 원천적으로 건전한 투자 방식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인터뷰>이효섭/자본시장연구원 박사
“평가 자체를 수익률만 보고 평가를 하다보니까 투자에 참여하신 대학생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매매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주가가 급변동하는 종목들, 또 회전율을 계속 높이는 전략들, 결국에는 정치 테마주 같은 데에 투자를 하게 되는 사례가 많은 것 같고 단순히 투자 수익률만 보고 평가하기 보다는 위험조정성과와 회전율 대비 투자성과, 위험 성향에 맞는 차별화된 투자 대회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탠딩>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 열리는 대학생 모의투자대회가 오히려 증시에 입문하는 대학생들에게 잘못된 투자 습관을 갖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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