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도드-프랭프법’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규제 완화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바로 2008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자 만들었던 바로 도드 프랭크 법안을 폐지하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도드 프랭크법은 2010년 7월부터 발효된 금융개혁법안입니다. 무려 3,500쪽에 걸쳐 400개 법안을 담고 있어 대공황 이후에 최대의 금융개혁법안 아니, 엄밀히 말씀 드려 금융규제법안입니다.
금융위기 직후에 불거져 나온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대한 법안이죠. 너무 방대해서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법안이 이른바 볼커룰로 불리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분명히 해서 상호 겸영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2008년으로 돌아가보시죠. 씨티은행, 도이치은행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상업은행들도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처럼 주식, 채권, 원자재를 비롯한 수많은 영역에 걸쳐 자기자본 투자 즉, 프랍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선 지점에서 그 많은 직원들이 수백만, 수천만 명의 고객들을 응대하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본사 딜링룸에서 유능한 트레이더가 원유선물에 투자해 벌어들이는 돈이 더 크다면 은행의 경영진들은 어디에 집중을 할까요?
어찌 보면 집단 최면에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길 건너 모 은행에서 이번에 서브 프라임모기지에 투자해서 1억 달러를 벌었다는 소문이 나는 동시에 월가의 모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죠. 딜링룸의 트레이더는 수백만 달러 보너스를 챙겼고 은행의 CEO들은 그의 수십 배의 보너스를 챙기면서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은행이 조금씩 늪으로 빠져들어갔지만 자기 돈 한 푼도 들어가있지 않은 은행의 안위는 뒷전이었고 그저 올해는 더 많은 보너스를 받기 위해 더 몸값이 비싼 트레이더를 끌어들이기에 혈안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0년간 미국의 금융시장과 법은 규제강화와 규제완화의 반복이었습니다. 대공황 이후에 글래스 스티걸 법안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엄격하게 규제했던 걸 클린턴 대통령 때인 1999년 상업은행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램 리치 블라일리법이 제정됨으로써 글라스 스티걸 법이 폐지되었죠. 명분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였지만 클린턴 행정부가 지지기반인 월가의 로비에 응한 거라고 불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금융산업이 얼마나 더 경쟁력이 늘었냐를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버블의 시작이었고 금융위기라는 미증유의 대재앙의 잉태였습니다.
글래스 스티걸 법의 부활이라는 도드 프랭크 법안의 폐지는 또 다른 버블을 만들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작품이 될 것입니다.
금융의 역사는 버블의 생성과 버블의 붕괴의 반복입니다. 버블의 시작은 인플레로부터 시작합니다. 물가의 상승은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전이됩니다. 과도하지 않은 인플레는 경기를 살립니다. 경제의 펀더멘탈보다 인플레가 너무 빨리 진행이 되면 버블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단 하나 자산 가격의 상승이 버블이었다는 건 불행히도 그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모든 사람이 알게 됩니다. 모두가 버블이 아니기만을 바라는 희구가 냉정한 시각을 잃게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전 세계 특히 중앙은행의 고민은 어떻게 디플레를 막을까였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중앙은행 고유의 기능을 인플레를 살리는 데 전력을 다해온 거죠.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가 대표적이죠? 어느덧 디플레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이제 인플레의 징후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금융규제를 풀고 있습니다. 자신한테 정치자금 한 푼 안 준 월 가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주려는 겁니다. 왜일까요? 답은 자신이 만드는 버블의 충실한 이행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약속한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바로 이들 월가의 금융기술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므뉴신 재무장관을 비롯한 골드만삭스 출신들을 중용한 이유입니다. 모두가 버블이라고 할 때는 사실 버블이 아닙니다. 아무도 버블이 아니라고 할 때가 정말 버블인 걸 우리는 압니다. 이제 출발한 트럼프는 버블을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가 의도하든 아니든 그의 정책은 그 방향입니다. 그가 만드는 버블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스케일을 감안하면 그리 작지는 않겠지요?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 증시라인 11, 평일 오전 11시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