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를 이끈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강 장관은 김대중(DJ) 정부 시절 `정책 브레인`으로 통한 정통 경제관료로, IMF 외환위기 여파로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던 1999년 재경부 장관을 지내며 위기 극복을 이끈 `경제사령탑` 역할을 했다.
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그는 서울대 상대에 늦깎이로 입학하고서 행정고시 합격을 통해 관가에 발을 디뎠다.
노동부 차관과 경제기획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거쳤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재경부 장관 등 요직에 중용됐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경제수석과 재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재벌 개혁,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을 이끌었다.
2002년 8월 8일 재보선에서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금배지를 달았고 그해 대통령 선거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을 주도했다.
이후 개각 때마다 경제부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끊임없이 오르는 가운데 16대 재보선 당선에 이어 17∼18대 내리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고향인 군산대 석좌교수,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대한 대안을 전파하기 위한 모임인 건전재정포럼의 대표를 맡으며 경제 원로로서 활동해왔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에는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경기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증권, 산업은행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내용의 `한국판 양적완화`를 화두로 내던지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이미 3년 전부터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음에도 선뜻 `코리안 미러클 4 :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의 편찬위원장을 맡기도했다. 지난해 9월에는 2년 임기의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경제 원로로서 언론 등을 통해 내수·수출 동반 둔화, 저성장 고착화 등 경기 난국을 헤쳐나갈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나, 최근 췌장암으로 건강 상태가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과 통원을 반복하던 강 전 장관은 지난해 말 입원 치료에만 의지해야 했으나, 지난해 11월 30일 `코리안 미러클 4` 발간보고회 참석을 강행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부총리와 전 부총리, 재경부 장관 모임에는 건강이 악화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원(71) 씨와 아들 문선(43)씨, 딸 보영(42)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군산 옥구읍 가족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