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킹`에서 어렵게 자란 태수(조인성)는 부와 성공을 위해 검사가 된다. 그러나 태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높은 자리와 권력을 향해가는 그는 결국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비리와 악행을 저지른다. 영화 `더킹`은 주인공 박태수가 10대부터 40대까지 겪는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조인성은 박태수의 인생을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담아내며 영화 `더킹`을 장악했다. 조인성의 내공이 돋보이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는 그의 연기에서 `비열한 거리`의 병두,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이 가진 청춘의 불안한 눈빛은 보이지 않는다. 예민하고 거칠었던 그가 좀 더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조인성은 그렇게 한층 여유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8년 `쌍화점` 이후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그간 연기를 쉰 건 아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세 편이나 했다. 브라운관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춘 그지만, 스크린에서 보니 더 반갑다. 성숙해진 연기로 돌아온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더 킹`은 사회성 짙은 작품이지만 무겁지는 않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출연 배우들이 모두 다르게 작품을 봤어요. 시나리오를 읽은 뒤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을 정도였죠. 가벼운 정치 풍자극일 수도 있고, 묵직한 권력 게임을 다룬 영화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재미 아닐까요. 무엇보다 재미있으면 되는데, 그 점에서 한재림 감독님과 제 생각이 일치했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서 만족스러워요.
태수의 인생을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태수의 일대기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이 인물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막상 부모와 자식은 서로 나이 먹는 걸 모르잖아요. 부모님 눈에는 자식이 항상 아이 같고, 자식들도 살다가 문득 부모님을 보면 나이가 들어계시고요. 태수는 그렇게 우리 곁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아주 크지도, 그렇다고 아주 작지도 않은 인물이요.
연기도 해야 하고 액션도 해야 하고 내레이션도 해야 하고, 촬영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됐을 것 같다.
일단 일주일에 세 번은 꾸준히 운동해요. 그 외에 시간에는 집에서 TV를 봐요. 그게 휴식이죠. 요일을 정해두고 본방을 사수하는 프로그램도 꽤 있어요. 대부분은 예능이나 시사프로그램이죠. 힘든 시기에 유머는 하나의 위로잖아요. 잘 만들어진 드라마도 많아서 혼자 드라마 보면서 울 때도 있어요. `미생`을 보면서는 `나한테도 저런 오 과장님 같은 선배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소주를 마시기도 했죠.
요새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보나.요일마다 정확하게 봐야 할 프로그램을 꿰놓고 대기해요.
SBS `미운 우리 새끼`와 `그것이 알고 싶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유희열의 스케치북`, tvN `삼시 세끼`,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도 즐겨봐요.
다 챙겨보려면 바쁘겠다.동네 친구들이랑 술 약속 잡아서 나가기도 하고, 배우 동생들이랑 차 마시면서 작품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집에 있을 때는 다 챙겨 보는 편이죠. 스케줄이 빡빡 합니다.(웃음)
데뷔 초기와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뭐라고 생각하나.데뷔 초기엔 배우라는 역할에 너무 집착했어요. 스스로 혹독했고, 강하게 채찍질했죠.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겠죠? 차태현 형이 "이제 너를 인정해 줘도 된다"고 조언해줬어요. 그제야 나를 인정해도 될 때가 왔구나 생각했죠. 지금은 좀 편해졌어요.
과거에 한 인터뷰에서 "싸늘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걸 봤다. 무슨 의미이며,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싸늘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갑고 쎈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싶은 거죠. 예민하다기보다는 예리해지고 싶고, 냉정하기보다는 냉철해지고 싶죠. 제 안에서 그런 기준을 세우고 균형을 잡아가는 중인 거 같아요.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