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표팀 김인식 감독(사진=KBO) |
과감한 선택보다는 부담만 가중시킨 선택이 더 맞다. 또한 미래보다 현재만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던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결국 오승환을 선택했다. 양현종이 대표팀 합류를 하기 때문에 불펜 보강이 필요했다는 것의 그의 최종 답변이었다.
분명 오승환은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 상황에서 ‘불펜 보강’의 명목으로 오승환을 선택한 것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먼저 오승환은 도박 스캔들로 인해 KBO는 징계를 내렸다. 물론 현재로써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승환은 MLB 소속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일단 KBO는 징계를 내렸다. 그럼에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뽑는다는 것은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설령 팬들의 비난을 감수한다고 해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은 불펜 투수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불펜이 문제였다면 국내 선수 발탁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선택하면서 굳이 결과에 따른 부담감을 안고 가는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제1회, 제2회 대회 때도 객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좋은 성적을 냈다. 반면 한껏 콧대가 높아졌던 제3회 대회에서는 보기 좋게 예선 탈락을 당했다. 따라서 이 번 대회 결과도 장담할 수 없으나 역대 국가대표 라인업 가운데 가장 약점이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번 대회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됐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무리하게 해외파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또한 국내 자원에서도 베테랑들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출전이 가능한 베테랑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다면 성적을 고려해 젊은 선수로 구성을 해도 결코 문제될 이유가 없었다. 과연 언제까지 임기응변식, 쥐여 짜내는 것이 통할까?
이미 지난 제3회 대회에서 처참하게 일격을 당하면서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어렵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렇다고 제4회 대회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야구 환경이 2010년대 들어서 탄탄하게 성장을 했던 것도 아니다. 과거 WBC와 올림픽을 통해 한국야구의 위상이 올라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야구에 거품이 많이 낀 것도 사실이다. 리그 최상급의 선수들은 해외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실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
오히려 무리한 선택을 해서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보다는 순리(?)대로 상황에 따라 국내 선수만으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젊은 자원으로 구성해서 한국야구의 현실과 함께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선택은 이 번 대회만을 생각한 것은 물론 무리한 선택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를 코너에 몰아넣는 상황이 됐다.
대표팀에서 리빌딩을 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도전한 대표팀을 향해 ‘위대한 도전’을 했다고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김인식 감독이라면 또 다른 위대한 도전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 누구도 김인식 감독이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극도의 비난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미래를 위한 구성으로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설령 4강, 준우승, 우승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긍정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만약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선택을 했다면 그것이 더 과감한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