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중엔 문형표가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이었던 시절부터 알던 사람도 있는데 당시 문형표는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차분하고 조용한 학자 형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원조 친박 진영이 `기초연금 반란`으로 장관직을 내던지자 소방수로 전격 기용된 인물이 `연금 전문가` 문형표 였다.
공무원들은 산하기관 연구원이었던 문형표가 어느 날 갑자기 장관으로 벼락 출세한 당시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그 문형표가 3년 뒤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에 충격을 넘어 경악했다. 그것도 대통령 심부름 때문에...
공무원들은 소리 죽여 "문형표 그 사람이 뭘 알았겠나, 시키는 대로 했겠지. 과연 나 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들 한다.
`문형표 공포`가 `문형표 신드롬`으로 진화하며 공직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소신 있게 일해 봤자 그 대가가 쇠고랑이더라는 깊은 상실감 끝에 복지부동이라는 공직사회 불치병을 낳았다.
`문형표 신드롬`은 `출세길`인 줄 알고 세상물정 모르고 덥석 물었다가는 이용만 당하고 쇠고랑이라는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전문가들의 공직 기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유능하고 소신 있는 인재 일수록 `장관 차관` 말만 들어도 기겁을 하니, 잿밥에만 관심 있는 질 나쁜 전문가들만 공직에 기웃거릴 것이다.
청와대 포비아(phobia, 공포); 부처에서 파견 나온 청와대 행정관 A는 최근 들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택시에 내린 뒤 200m 가량 걸어 청와대로 출근한다.
왜 그런 불편을 사서 하냐며 이유를 물어보니 택시 기사들이 청와대 직원이라면 워낙 비난을 해서 기자라고 대충 둘러 댄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B는 최근 알아볼 것이 있어 부처에 전화했다가 부처 직원들의 `모로쇠` 답변에 기겁을 했다고 한다.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대답을 꺼리던 부처 직원은 `국장님(청와대 비서관의 직급이 부처 국장 보다 보통 더 높다)께 허락 받고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란다.
공무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권위의 상징이던 청와대가 이젠 `엮이면 죽는 곳`이 된 것이다.
역대 모든 정권에서도 임기말 청와대 기피 현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괴상한 연유로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은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 청와대에 파견 나가라면 아예 옷을 벗겠다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최순실 사태는 공직 사회에 `문형표 신드롬`과 `청와대 포비아` 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튀지 말고, 나서지 말고, 일하지 말고, 승진하지 말고, 정년까지 가자`라는 역병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