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 입니다.
저희 증시라인11은 연말 연초에 올해 업황이 가장 좋은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던 바가 있습니다. 다수의 리서치 센터장은 물론 업종 담당자들 또한 올해 반도체, 그 중에서도 낸드 플래시 반도체의 업황이 좋아질 거라는 점에 이론을 단 분은 없었습니다.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자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낸드 플래시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을 적용한 가전 제품이 늘고 있고 자율 주행차 등 자동차 분야의 전장 장치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 폰의 저장공간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도 가파르죠.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32억 GB였던 낸드 플래시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에 5,000GB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매년 50%가까운 신장세를 예상합니다.
그럼 공급은 어떨까요? 업체들은 공장을 새로 짓고 생산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를 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위 삼성은 평택에, 2위 도시바는 일본과 중국에, 또 SK하이닉스는 청주에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현재 낸드 시장 2위인 도시바와 4위인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20%와 10% 정도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지난 연말에 SK하이닉스가 2조 2천억 원을 들여 청주에 낸드 플래시 공장을 짓겠다고 한 건 D램 2위의 반열로 낸드 플래시 사업을 올려 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반면 도시바는 지금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죠. 사실상 낸드 플래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도시바는 반도체와 함께 주력으로 내세운 원전 사업에서 수 조원 대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 달 말에 무디스로부터 투기 등급으로의 신용등급이 강등이 됐습니다. 폐장일 날 다소 회복하기는 했지만 주가도 폭락세를 보였죠?
전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하나 남은 돈 되는 사업인 이 낸드 플래시 사업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으로 팔릴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SK하이닉스가 산다면 단숨에 삼성전자와 겨눌 정도의 2강 체제가 될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으로의 매각은 더욱 현실성이 떨어질 겁니다.
유일한 캐쉬카우를 판다면 도시바의 미래는 없을 것인데 일본 정부와 채권단에서 이걸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특히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디스플레이의 샤프를 작년에 대만의 홍하이에게 팔아 넘긴 이후에 일본 내부에서 엄청난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었죠. 특히 지금까지 중국 자본이 일본 기업을 사서 보여준 행태에 대해 일본 기업인들과 종업원들의 반감이 워낙 셉니다.
또 우리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해서 좋은 결과를 내본 적이 없는 이유도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의 독특한 조직 문화와 노사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을 사는 것 보다 경영상 훨씬 어려움이 큽니다.
다만 한가지, 작금의 도시바의 상황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인데 도시바는 원전이라는 걸림돌에 넘어져있는 상황인 겁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 특히 낸드 플래시 시장은 누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냐가 향후10년 20년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열쇠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러모로 앞서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글쎄요,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자리바꿈을 하는 데 몇 년이 걸릴까요?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 증시라인 11, 평일 오전 11시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