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 상황과 국회 내년 예산 확보 과정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고 센터 입주기업들의 걱정도 큰 것 같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창조경제센터)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서두에 꺼낸 말입니다.
`최순실 사태`의 불똥이 창조경제센터로도 튀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전국 창조경제센터 17곳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었을 터,
올해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미래부가 창조경제센터 성과 알리기에 나선 건 이 같은 이유에섭니다.
숫자로 본 창조경제센터의 지난 성과는 일단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습니다.
1년 전 578개였던 센터 내 보육 스타트업은 1,635개로 껑충 뛰었고 투자유치 규모도 3배 넘게 불면서 4,27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무려 7배나 늘어난 2,267 개, 지난해 말 337억 원이었던 매출은 2,511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창조경제센터는 벤처·창업 붐을 일으키고 확산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난달 기준 벤처기업은 2년 전보다 약 3천 개 늘어난 3만3천여 곳으로, 벤처투자금 규모는 2조 원 안팎에 이릅니다.
특히 연구소 기업이 1년 새 2배 넘게 늘어나는 등 공공·대학 창업 역시 탄력이 붙은 모양새입니다.
해외에서 거둔 성과 역시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해외법인 설립 22건을 비롯해 창업기업 88곳 앞에 수출길이 열리면서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홍 차관 역시 쉽게 창업하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가 꾸려진 것을 가장 손에 꼽고 싶은 성과로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창조경제센터의 미래를 장담하기에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차은택 전 광고감독이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측근으로 밝혀지면서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
현재 구속수감 중인 차 전 감독은 자신의 회사 모스코스를 통해 전국 창조경제센터의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내년 센터 운영예산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118억 원 늘어난 437억 원을 배정받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창조경제 관련 사업과 예산은 대거 빠지거나 줄었습니다.
그 동안 창조경제센터 운영에 협조해오던 지자체들의 반응 또한 시큰둥한 분위기입니다.
올해 지방비 예산으로 250억 원을 확보했는데 서울시와 전라남도가 빠지면서 내년 예산은 199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습니다.
홍 차관은 "올해 늘어난 국비 예산을 활용하는 등 별도의 재원 마련책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서울센터가 문 닫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담 기업들의 경영 악화도 창조경제센터의 앞날에 악재가 되고 있습니다.
한진이 맡고 있던 인천과
현대중공업의 울산,
GS의 전남센터까지.
각각
K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전력이 전담기관으로 추가됐는데 해당 센터들의 명맥 유지를 위해 어째 이들 기업들에 떠넘긴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새 먹거리 찾기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혈안인 건 사실입니다.
홍남기 차관은 "전 세계가 창업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국가가 지원하는 예산에 비해 성과도 큰 편이다"며 "창업지원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대 성장도 다행일 지 모른다`고 할 만큼 저성장 시대 속에서 이름과 형태가 바뀔지언정 차기 정부에서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외면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게 공통된 생각들입니다.
다만 미래부가 창조경제센터의 지속가능을 위해 `창업 대세`를 피력하고 그간의 성과를 나열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 지에 대해선 의문으로 남습니다.
오히려 지난 3년 동안 센터 운영과 예산집행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들이 발견됐고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얘기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