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영국 팝스타 조지 마이클의 죽음이 개혁·개방 30여년을 달려온 중국에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조지 마이클과 중국의 인연은 31년전인 1985년 4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마이클이 활동했던 그룹 왬(Wham)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시절 이후 중국에서 공연을 가진 첫 서구밴드였다고 베이징청년보와 외신 등이 27일 전했다.
신중국 성립 이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고립돼 있던 중국인들에게 치렁치렁 머리를 기르고 춤을 추는 왬의 콘서트는 `컬처 쇼크`였다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콘서트는 당시 베이징 최대 체육관이었던 공인(工人·노동자)체육관에서 열렸다. 장당 30∼40위안의 티켓을 사느라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중국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96위안이었을 때였다. 상당수 관중들은 각 기관, 학교별로 배정된 단체 티켓으로 입장했다.
1만5천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지 마이클과 앤드루 리즐리가 어깨에 잔뜩 힘준 재킷을 걸치고, 염색한 머리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유튜브에는 왬의 공연 실황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올라와있다. 영상에는 마이클과 리즐리가 만리장성에 올라 사진을 찍고, 영국대사관저의 칵테일 리셉션, 전통시장 관광, 즉석 축구 시합 등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있다.
왬은 당시 2주간 중국에 머물면서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공연을 했다.
당시 20대 나이로 베이징 콘서트에 갔던 레스토랑 업주 리지는 "서구 팝그룹이 중국에 온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일어설 준비가 돼 있었지만 너무 많은 공안들이 있어서 감히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지 마이클은 이후 왬의 싱글작 `프리덤` 뮤직비디오에서 "중국 청중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 매우 특별했지만 우리는 마치 외국에 온 대사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