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상황 속의 한국을 `6·25전쟁을 제외한 최대 정치혼란`으로 규정했다.
특히 "(한국) 국민은 `올바른 지배구조`(good governance)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몹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와 비교하거나, 박 대통령이 자주 사용했던 `신뢰와 배신`의 용어를 등장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정면 비판이라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CFR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반기문 사무총장 초청 연설 원문 가운데 한국 관련 부분. CFR 화면 캡쳐>
반 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초청 간담회에서 연설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중국·북한의 위협에 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에서는 한국의 현 정국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 총장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고 있다"면서 "나는 70년을 한국 국민으로 살아왔지만, 우리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이런 종류의 정치적 혼란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9년 시해된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때에는 한국인들이 격변의 과정을 헤쳐나오던 시기였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평화롭고 매우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은 사회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바른 지배구조의 완전한 결핍`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4년 전 대선에서 선출한 `박근혜 정부`를 신뢰했으나 리더십 부재에 배신을 당했다고 믿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신뢰의 정치`를 내세웠고 지난해에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 퇴진에 앞서 새누리당 내 `배신의 정치`를 비판하는 등 지금까지의 정치를 하며 이런 용어들을 자주 사용해왔다.
반 총장은 "나는 이런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혼란은 일시적이며, 회복력이 있고 민주 체제를 존중하는 한국 국민은 곧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대선출마 문제만 즉답하지 않을 뿐, 최근 정치적 함의를 담은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작심비판은 그가 귀국 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인사들과 정치적으로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 총장은 오는 20일 뉴욕에서 한국특파원단과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는데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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